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사법행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대법관회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회의 결과에 따라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전원합의체 선고 여부와 대법관 임명제청권 행사 등이 결정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오는 16일 대법원장 권한대행 안철상 대법관 주재로 대법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대법관회의는 정례 회의가 아닌 권한대행의 전원합의체 선고 여부와 대법관 임명제청권 행사 등 권한 행사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차원이다. 회의에는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전원 참석한다.
당장 대법관 임명제청권 행사가 문제다.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은 오는 1월1일 임기만료로 퇴임을 앞두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임명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달 중으로 천거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아직 추천위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공석인 가운데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는 게 적절한 지를 두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임명 제청한 전례는 없다. 만일 안 권한대행이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경우 스스로 후임을 임명제청하는 문제도 있다. 일각에선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가 임명되는 과정에 맞춰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받는 절차를 진행해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안 권한대행은 대법관 제청과 법관 인사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겠지만 결국은 필요성, 긴급성, 상당성에 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에 따른 권한 행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법관 임명이 지연될 경우 대법원은 대법관 14명 중 11명만으로 운영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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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부재는 대법관을 비롯한 법원 인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임명 제청권 외에도 법관 3000여 명, 법원 직원 1만5000여 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한다. 법원은 당장 내년 초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긴급대법관회의에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원합의체 선고는 안 권한대행을 재판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을 점쳐진다. 앞서 안 권한대행은 전원합의체 심리·선고와 관련해 "대행 체제 하에서 (전원합의체가)이뤄진 사례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며 "대법관들의 의사를 집결하고 듣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원합의체를 제외한 재판 지연도 더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안 권한대행은 권한대행 업무와 함께 소부에 배당된 사건 심리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사건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안 권한대행에게 배당되는 사건이 줄어들 경우 나머지 대법관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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