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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장사 '지배구조 공시' 부담 덜었다

■ ESG 공시 의무 2026년 이후로

재계, 글로벌 시험대 피해 '안도'

"주요국 도입상황과 보조 맞춰야"





금융 당국이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1년 이상 유예하자 재계는 더 충실하게 제도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계는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ESG 공시 기준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2026년께로 도입 일정을 확정하기보다는 주요국 상황을 먼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재계는 금융위원회가 ‘ESG 금융추진단 3차 회의’를 열고 ESG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하자 “한국이 전 세계 ESG 공시의 테스트베드가 되는 일을 피했다”며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당국은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하려다가 국내 기업 측 이해관계를 고려해 유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금융위가 든 유예 사유는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 일정 지연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 올 6월 확정 △기업 측의 충분한 준비 기간 요청 등이었다. 당국은 국내 산업의 특수성과 주요국의 ESG 공시 도입 시기·기준 등을 종합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다시 도출하기로 했다.



재계는 당국의 ESG 공시 의무화 연기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2026년에 바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역시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의 ESG 도입 상황을 보며 의무화 일정을 확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달15일 ‘ESG 공시 의무화 조기 시행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내고 당장 제도를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로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 부재 △공시 준비 기간 촉박 △공시 위한 인력·인프라 부족 △법률 리스크 확대 △공시에 불리한 산업구조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4대 그룹의 주요 회사가 평균 42개국에 140개 자회사를 둔 상황에서 제한된 시간 내 연결 기준 데이터 수집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상윤 한경협 CSR본부장은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급하게 정하지 말고 주요국 동향을 살피며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국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주요국 사정을 봐도 ESG 도입에 마냥 속도를 높이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의 경우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 반대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블랙록자산운용은 주요 상장사가 ESG 정책을 주주총회에 올리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당국도 재계의 이 같은 우려를 종합적으로 살펴 새로운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또 공시 가이드라인 제시, ESG 자율 공시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들이 ESG 공시 의무화에 대비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ESG 자체가 가치판단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경제·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큰 시각에서 볼 때 공시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서로 대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ESG 공시 제도 외에도 우리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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