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대한 금융기관의 법정 출연요율 상승 카드를 꺼낸 것은 지역 소상공인의 연쇄 도산으로 지역신보의 재정 건전성은 물론 신규 공급까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공개적으로 출연요율 상승 등을 요구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지역신보에 따르면 대위변제율이 올 1월 2.4%에서 8월 3.6%까지 치솟았다. 소상공인 폐업이 잇따르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고액도 늘어나고 있다. 사고액은 8월 기준 1조 47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배 늘었다. 연간 사고액은 2020년 5948억 원, 2021년 6382억 원, 2022년 9035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금이 확충되지 않으면 지역신보의 보증 여력이 줄어들어 소상공인 지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올 1~8월 지역신보의 신규 보증 금액은 7조 316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나 감소했다. 엔데믹에 접어들며 보증 수요가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지역신보의 보증 여력이 감소한 것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또다시 생기면 지역신보의 보증 잔액이 2배로 늘고 3년 만에 대위변제율이 2배 이상 뛰어 보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지자체 재원 부담도 커서 안정적 재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현재 지역신보의 재정 상황 개선을 통한 보증 여력 확대뿐 아니라 그동안 금융권의 수익이 늘어난 만큼 법정 출연요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6년 지역신보 출연금 도입 당시에 비해 은행의 이자 수익 규모가 2.4배로 늘어난 것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 상반기 은행별 평균 이자 수익은 1조 5000억 원인 반면 올해 상반기는 3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지역신보가 금융기관의 출연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은행에 대위변제금으로 지불했다는 점도 출연요율 상향의 근거다. 실제 지난 10년간 지역신보가 은행에 대위변제한 금액은 총 5조 4000억 원인 반면 은행의 총출연금은 3조 원에 머물렀다.
만약 중기부 추진 방안처럼 금융기관의 법정 출연요율이 0.04%에서 0.09%로 높아진다면 금융권은 총 2311억 원을 추가 출연해야 한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현재의 보증배수 등을 감안할 때 이 경우 약 7만 5000개의 기업에 평균 3100만 원의 추가 보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출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 등은 법정 출연요율 인상에 부정적이어서 협의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역신보가 보증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지역신보는 자기자본에 해당하는 기본 재산의 15배 이내에서 보증을 할 수 있지만 평균 보증배수는 8.1배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지역신보가 보증 사업을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지역신보 출연료는 대출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에 법정 출연요율을 높이면 대출금리도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법정 출연요율에 대한 협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신보 출연요율 상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달 12일 열렸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이 급증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추가 분담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 침체 장기화가 전망되는 현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경기 대응력을 뒷받침하려면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 은행의 법정 출연요율을 현행보다 2배 이상 높여 지역신보의 기본 재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지역신보의 은행 법정 출연요율 상한을 0.1%에서 0.3%로 상향하는 내용의 지역신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내년이 되면 대위변제금액이 1조 6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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