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던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CIO)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투자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뒤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핵심 경영진의 구속으로 카카오의 투자 결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배 대표는 카카오 투자의사 결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2015년 카카오에 빅딜팀장으로 합류한 후 2016년 음원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주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는 1조 8700억 원 규모의 '빅딜'로 카카오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배 대표는 투자전략실장, 투자총괄대표를 역임하며 타파스, 래디쉬 인수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 유치 등 지금의 카카오를 만든 굵직한 M&A를 이끌었다.
배 대표의 구속 사유가 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올 3월 카카오가 1조 4000억 원을 투입해 하이브와의 공개매수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얻은 성과다. 잇단 M&A 성과와 더불어 SM엔터 인수의 공을 인정받아 배 대표는 두 명 뿐인 카카오의 사내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인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봤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따르면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 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의혹도 있다.
특사경이 지난 13일 이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배 대표 측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카카오를 둘러싸고 불안감이 번지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전날 2.34% 하락 마감한 카카오 주가는 이날도 3%가까이 하락 중이다. SM엔터를 인수했던 3월 초 7만원을 돌파했 했던 카카오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그려 현재 4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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