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부동산 매물 중 최대어로 꼽히는 아크플레이스가 코람코자산신탁 품에 안긴다. 코람코신탁은 최근 부동산 업계를 달군 인수전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력을 앞세워 승기를 낚아 챘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크플레이스의 현 소유주인 블랙스톤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근 코람코신탁을 선정했다. 코람코신탁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앤디인베스트먼트 등과 인수 경쟁을 벌여왔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람코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운용사가 있었지만 실제 동원 가능한 자금 등을 고려해 우협이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본격적인 가격 협상을 시작해 내년 초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매매가액은 7000억 원 중반대로 올 하반기 국내 부동산 거래 중 최대 규모다.
코람코신탁은 보유 중인 대형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모집하는 펀드)를 통해 아크플레이스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람코신탁은 지금까지 총 4개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으며 각각의 규모가 5000억 원 안팎에 이른다.
당초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가 매각 측의 펀드 지분만 사는 ‘셰어딜(Share deal)’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현재 아크플레이스는 미래에셋운용의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 펀드의 지분을 블랙스톤이 보유하는 형태로 구조화돼 있다.
그러나 코람코신탁은 사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이 리츠가 빌딩을 새로 인수하는 ‘에셋딜(Asset deal)’ 구조로 블랙스톤 측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당 리츠에는 코람코신탁의 기존 블라인드 펀드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크플레이스는 서울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업무지구(GBD) 권역 핵심 자산이다. 한솔그룹이 1998년 본사 사용 목적으로 세운 건물이다. 한솔이 2003년 푸르덴셜그룹의 부동산투자사 프라메리카에 1800억 원에 매각했고 2008년 미래에셋운용이 43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손바뀜이 있었다. 이후 블랙스톤이 미래에셋운용으로부터 약 4700억 원에 인수했다.
전세계 최대 운용사로 꼽히는 블랙스톤은 2014년 한국사무소를 철수한 뒤 2021년 다시 둥지를 틀었다. 이번 아크플레이스 매각에 성공하면 한국 재진출 후 2년여 만에 큰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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