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086790)가 산업은행이 관리 중인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HMM(011200) 매각만은 성공해야 한다는 시장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이 유럽에서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인수 승인을 받기 위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도 험로가 예상돼 HMM 매각마저 실패할 경우 국책은행인 산은의 신뢰도는 물론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22일 “해운업황 악화에 HMM은 내년에 적자가 확실시된다” 면서 “이번에 매각이 불발되면 산은 관리가 상당히 길어질 수밖에 없어 HMM의 근본 경쟁력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HMM 매각 작업은 일단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20일 192회 전환사채(CB) 4000억 원과 193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 원어치를 예정대로 주식 2억 주로 바꾼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기존 주식 보유분 1억9879만 주에 전환분(2억 주)을 더한 총 3억 9879만 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 조달이다. 인수 대금이 6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HMM의 적자 전환과 향후 대규모 투자 소요를 감안하면 자체 자금조달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미국 참치캔 시장 1위 업체 스타키스트의 배당과 차입,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스타키스트가 HMM 인수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림그룹은 우군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뿐아니라 팬오션(028670)을 자금조달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앞서 팬오션은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매각해 1628억 원을 확보했다.
LX는 법률 자문사로 김앤장을 선임하고, HMM 인수 태스크포스(TF)를 최근 가동했지만 최고위층의 인수 의지가 상대적으로 낮아 ‘눈치보기’가 여전하다는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산은에 따르면 경영진 인터뷰 당시 동원과 하림은 대표급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지만 LX는 임원이 왔다. 금융계 관계자는 “KDB생명과 아시아나 매각 과정에서 마찰음이 계속 터지고 있다” 며 “산은이 HMM 매각에서 ‘승자의 저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