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006740) 주가조작 사태 속에 5000억 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039490)이 20% 넘게 폭락했다. 금융 당국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을 계기로 미수 거래와 관련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날 23.93% 하락한 7만 63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연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20일 장 마감 이후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 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 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국과 거래소는 영풍제지가 주가조작에 연루돼 폭등하다 18일 하한가를 기록하자 거래를 정지시켰다.
투자 업계는 영풍제지와 모기업 대양금속의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 급락이 불가피해 키움증권의 미수 채권에서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조작 세력이 지난해 11월부터 100개가 훌쩍 넘는 계좌를 동원해 영풍제지 시세를 조종했는데 대부분이 키움증권 계좌였다. 영풍제지는 별다른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조작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12배가량 폭등했다.
업계는 키움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달리 미수 거래 증거금률을 낮게 설정해 주가조작 세력의 타깃이 됐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터진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했는데 미래에셋과 한국투자·NH·삼성·KB증권 등은 올 초부터 영풍제지를 오직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게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한 것과 대비됐다.
키움증권은 리스크 관리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이날 에코프로(086520)와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POSCO홀딩스(005490)·한미반도체(042700) 등 15개 종목의 미수 거래를 불허하기로 했다. 15개 종목의 위탁 증거금률은 100%로 변경됐으며 신용 융자와 담보대출도 막았다. 키움증권은 “미결제 위험이 증가해 증거금률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잇따른 주가조작에 미수 거래 증거금률을 낮게 설정했다가 시세조종에 악용된 사례가 또 있는지 살펴보고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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