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방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예산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선 없이 섣부르게 R&D 규모 자체를 줄임으로써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하며 조만간 진행될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사업 예산을 증액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조성경 과기정통부 차관은 “R&D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출연연 국감에서 “R&D 예산 삭감은 정부의 무능(한 결정)”이라며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같은 R&D제도의 근본적 재검토 없이 금액만을 줄인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PBS는 R&D 과제를 배정할 때 연구자나 연구기관이 경쟁을 통해 수주하는 제도다. 연구자들이 수주를 위해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도록 해 R&D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2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변 의원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예산 규모 자체를 줄여 이른바 ‘나눠먹기식’ 배분 같은 R&D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접근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내년 규모 확대 예정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정선 지하연구단지 ‘예미랩’의 예산이 30%가량 깎인 사실을 언급하면서 “방사광가속기 등 (예산 삭감 폐해) 사례가 한두 곳이 아닐 것”이라며 “(다음 달) 국회 예산안 심사 때 (이에 대한 해소 방안을 정부가)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예산을 증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R&D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R&D 예산이 58% 늘 때 3대 연구성과 지표인 특허등록, 논문게재, 기술이전 건수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통계를 들었다. 특허등록은 2017년 5647건에서 지난해 4598건, 기술이전은 2147건에서 2006건으로 감소했다. 홍 의원은 “중요한 연구 분야일수록 감소폭이 컸다”며 “연구비 증액 대비 성과는 나타나지 않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두현 의원도 “예산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재원인 만큼 효율성 있게 써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지적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차관은 “연구비 삭감은 정부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PBS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R&D 혁신 방안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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