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2억 원 이하의 소규모 사업이 전체 R&D 과제의 70%를 차지하는 등 R&D 예산이 ‘나눠먹기식’으로 집행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다만 여당에서도 R&D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부가 느끼는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R&D 예산의 약 70%는 사업비가 2억 원 이하인 과제에 투입됐다. 같은 해 정부 R&D 과제를 수행한 중소기업(1만 8097개) 약 30%는 1억 원 미만 R&D 과제를 수행했다. 2억 원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소규모 R&D 과제를 수행한 중소기업은 전체의 약 60%에 달한다.
정부는 이런 R&D 예산 집행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현실적으로 2억 원 이하 과제로는 핵심 기술 개발이 어려운 데다 뿌리기식 관행이 고착돼 일부 R&D 예산은 영세 중소기업 등에 보조금 성격으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4억 5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고대 철기 기술 연구 등 핵심 기술 개발과 무관해 보이는 과제도 적지 않았다.
기재부가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 원 넘게 삭감하는 과정에서 2억 원 이하 과제에 대거 메스를 댄 것도 그래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나눠먹기·뿌리기식의 예산은 정리할 필요가 있어 전략적 R&D를 중심으로 재조정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1억~2억 원 규모의 R&D 과제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예산이) 조정된 측면이 있다”며 “내년도 핵심 R&D 예산은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당정 간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필요한 사업의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 당도 뒤처지지 않겠다”며 R&D 예산 증액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R&D 예산에 대해 “현장 여론도 들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여야 간 협의해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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