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용 제품에 한정됐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범위가 모바일용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인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며 전반적인 부품 재고 소진에도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성능 고도화로 한 대당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4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인상률 추정치를 5~8%에서 13~18%로 올려 잡았다.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 등 낸드플래시 역시 전망치를 기존 8~13% 상승에서 10~15%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전체 D램 제품 평균 가격 상승세 전망치(3~8%)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일차적으로는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의 감산으로 인한 공급 제한이 가격 반등 불씨를 당겼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업체들이 상반기 재고조정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계절적 수요를 대비하는 시기에 접어들며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진이 이어졌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 ‘메이트60’, 애플 아이폰15 등 신제품 출시로 하반기에 접어들며 29개월 만에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과 전자장비 재고는 올해 5월부터 약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재고가 전년비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7~8개월 이후 유의미한 (주문) 증가세를 기록하기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1분기부터 재고 축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고사양 모델 비중이 증가하면서 스마트폰 1대당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도 점차 늘어난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스마트폰 한 대당 탑재되는 D램 평균 용량 전망치를 7.6기가바이트(GB)로 4.2% 상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4분기 모바일 D램 가격 협상에서 전분기 대비 15% 내외 인상을 제시했다고 추정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급자들의 생산량 축소가 지속되면서 스마트폰 메모리 영역에서의 수요·공급 전세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며 “메모리 공급사들은 최대 20%에 가까운 가격 인상을 통보한 상태고, 일부 공급자들은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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