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을 조언했다.
29일 IMF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을 주제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녹취록에 따르면 토머스 헬블링 IMF 아태 부국장은 가처분소득 대비 평균 160%에 달하는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특정 기준이나 비율을 정해놓지 않았지만 OECD 상위 그룹 가운데서도 꽤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협회(IIF) 조사에서도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일본(65.2%), 유로 지역(55.8%)은 물론 홍콩(95.1%), 영국(81.6%), 미국(73.0)보다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헬블링 부국장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거시 건전성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끔 유지하고 가계자산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연장될 때 수입이나 다른 예기치 않은 비용 측면에서 불리한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를 권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의 국가채무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적정하고 (이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평가한 뒤 “재정 건전화 정책의 의도와 행동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앞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은 13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한국의 재정준칙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준칙이고 중기적인 재정 관리에 좋은 프레임워크”라고 밝힌 바 있다. IMF는 팬데믹 기간의 이례적인 재정 지원을 거둬들여 적자를 줄이고 재정 완충 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팬데믹 이후 적자 폭을 줄였고 이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IMF의 평가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한국 정부의 채무 감축 노력의 배경 중 하나다. 코로나19 기간 한국의 나랏빚은 매년 100조 원씩 늘었지만 증가 폭이 올해는 67조 원, 내년에는 62조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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