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인건비가 급격히 늘며 국방 예산 운용에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병사 봉급이 가파르게 오르면 군 초급간부는 물론 공중보건의 선호도까지 하락시킬 수 있는 만큼 인상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병 인건비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약 3조 2655억 원으로 올해(2조 8525억 원)보다 4131억 원 늘었다. 2년 전인 지난해(2조 2523억 원)와 비교하면 1조 원 이상 많은 규모다. 예정처는 "정부가 발표한 병 봉급 인상 계획에 따른 2025년 병장에 대한 지급액 205만 원은 2022년 기준 지급액 81만 7000원의 약 2.2배"라며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0% 이상의 지급액 상승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예정처는 급격한 병사 봉급 인상이 국방 예산 운용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병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방 예산 중 경직성 경비에 해당하는 인건비 지출 규모가 증가해 방위력 개선비 확보 등 국방 예산 운용의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건비 특성상 기준액을 인상한 후 다시 삭감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급여 인상에 따라 커진 병 인건비 지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병 인건비 지출 증가는 국방 분야 재원 배분의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어 재원 배분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간부 및 군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병사 봉급 인상으로 인한 간부·군무원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면 추가적인 예산 소요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예정처는 "병 봉급 인상으로 촉발된 장병 및 군무원 등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는 병력운영비의 지출 규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국방 예산 중 병력운영비 비중을 높이고 방위력개선비 및 전력유지비 비중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급간부 선호도가 떨어져 인력 운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학사장교 지원율은 2018년 4대 1에서 지난해 2.6대 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학군장교 지원율 역시 3.3대 1에서 2.4대 1로 하락했다. 예정처는 "2024년도 예산안 기준 내일준비지원금을 포함한 병사 수령액은 병장 기준 165만 원으로 하사 1호봉 기본급 추정액 182만 원 및 소위 1호봉 기본급 추정액 183만 원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병사와 초급간부 간 월 수령액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초급 간부 선호도를 하락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필자 입장에서 (군 복무) 선택지로 현역병 입대, 학군장교 또는 학사장교 지원을 고려할 수 있는데 병 봉급 인상으로 현역병 입대 유인이 커져 상대적으로 학군장교나 학사장교 선호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사 봉급의 급격한 인상이 공중보건의 충원에 미칠 영향도 예정처가 우려한 대목이다. 예정처는 "병 봉급 인상으로 현역병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 군 휴학생이 증가하면 공중보건의 충원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실제 의대생 중 여성 비율 증가, 현역병 대비 긴 복무 기간 등에 대한 부담 등으로 매년 의대 군 휴학생 수는 증가하고 신규 편입 공중보건의(의과 기준) 수는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예정처는 "병 봉급 인상으로 발생하고 있는 초급간부 충원 문제 등 군 인력 운용 전반의 어려움을 고려해 현행 봉급 인상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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