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의료·서비스 로봇이 정확하게 움직이려면 정밀한 힘 제어가 필요하다. 이 때 필요한 센서가 바로 토크 센서다. 토크 센서는 사람이 물건의 촉감을 느끼며 작업하는 것처럼 물체에 가해지는 힘과 토크를 측정해 로봇이 섬세하고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센서 분야의 기술력이 취약해 토크 센서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가격이 비싸고 물량도 필요한 만큼 구하기 힘들지만 기술력이 없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산업용 로봇 및 부품 제조 업체인 에이엘로봇이 토크 센서 국산화에 나선 것은 2017년. 중소기업 혼자서는 힘들어 개발을 접을까도 고민했다. 이 때 손을 내민 곳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었다. 에이엘로봇은 2019년 가뭄의 단비 같은 1억 5,000만 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이듬해부터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기존 보다 공정을 단순화하면서도 정밀도 0.1% 이하의 정밀 토크 센서를 개발해 가격과 핵심 부품 국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에이엘로봇의 토크 센서 관련 과제매출액은 2020년 3억5000만 원에서 2022년 28억5000만 원으로 급성장해 지금까지 총 45억 원 가량의 성과를 거뒀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에이엘로봇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토크 센서 제품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며 "특히 해외 수출 시장의 경우 사업화 5년차 부터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수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R&D 지원을 통해 핵심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개발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상용화해 국산화는 물론 수출 성과까지 이뤄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일 중기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중소기업 R&D 지원성과를 분석한 결과 정부의 지원으로 총 15조 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출연금 1억 원 당 11억3000만 원의 매출이 생겨난 것으로 투자금액의 10배 이상의 성과를 거둬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과제 종료 후 연간 매출이 100억 원 이상인 중소기업은 55개사에 달했다.
수출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다. 중소기업 R&D 지원 사업을 통해 총 3조6000억 원의 수출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기업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은 23.6%로 중소제조업 평균(7.5%) 보다 3.2배나 많았다. 중소기업 R&D 지원을 통한 기술적 진보가 기업의 매출과 수출 성장을 이끈 것이다.
‘중소기업 상용화 R&D’ 지원을 받은 차량용 브레이크 개발 업체인 제이앤드씨도 전기차용 경량 브레이크 개발에 성공하면서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제이앤드씨는 무게는 줄이면서 성능은 기존 제품 이상으로 높인 제품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길도 열었다. 실제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브레이크는 이미 이란 등에 수출했다.
제조업 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인공지능(AI) 서베이 플랫폼 개발사인 에스티이노베이션이 주인공. 이 회사 역시 중소기업 상용화 R&D 지원을 받아 온라인 설문 시 부정 응답 판별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의 신뢰도와 설문결과의 통계분석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기술이다. 에스티이노베이션은 최근 3년 매출액 증가율이 93.3%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에스티이노베이션은 사업화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다수 확보하는 등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지자체, 공공기관, 산학기업, 비영리기구, 연구소, 대학원생 등이 주요 고객층이어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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