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세액공제 등으로 경기를 부양해 경제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자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재정을 풀면 고물가로 서민이 죽는다며 재정 건전성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 대표가 정반대로 확장재정을 통한 경제 살리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성장률 3% 회복을 위한 제안’이라는 주제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강하게 질타했다. 단식 회복 치료를 마치고 지난달 23일 당무에 복귀한 후 이 대표가 별도의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 부양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재정 건전성에만 매달려 지출을 줄인 결과 올해 2분기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 초반대로 예상되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까지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초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결손에 소극적 재정 운용까지 정부가 지금처럼 무대책으로 민생을 방치하면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두고 “치명적 패착”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선진 경제 문턱인 지금 기술 초격차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정부는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3일 만에 R&D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해버렸다”며 “R&D는 장기 과제가 대부분인데 이번 삭감으로 이미 소요된 예산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R&D 예산 삭감은 절약이 아니라 낭비로 귀결된다”고 쏘아붙였다.
정부의 재정정책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한 이 대표는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체 민생 정책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임시소비세액공제’다. 이 대표는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는 투자세액공제로 기업의 투자를 장려한다”며 “기업의 소비 행위가 투자인 것처럼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대해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한시로 임시소비세액공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예산 심의·의결 과정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 논의하게 될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다수당이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득이 낮은 세입자들을 위해 ‘월세 공제’ 카드도 꺼냈다. 이 대표는 “1인 가구도 늘고 월세 비중도 점점 높아지는데 월세 대상의 12%만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며 “소득이 낮은 세입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기부금 공제처럼 이월을 통해서라도 월세 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년 3만 원 패스’ 또한 제안했다. 이는 환승 횟수 제한, 추가 요금 등이 없는 이용권으로, 현재도 조 단위의 대중교통 손실보조금이 지출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예산 투입 없이 도입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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