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로 극장가에 찾아온 정지영 감독은 영화를 넘어 다양한 수단들을 통해 언제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가감 없는 발언을 아끼지 않아왔다. 인터뷰를 통해 정지영 감독은 자신의 행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소년들'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가 진행됐다. '소년들'은 지난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할머니를 살해하고 패물과 현금을 털어 달아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실화가 바탕인 다양한 작품들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던 정지영 감독은 평소에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아왔다. 자신에 대해 "캐릭터 같은 것이다. 문제가 있는데 남들이 이야기를 안 하면 못 견디는 사람이다. 내가 하지 대신 이야기하는 것은 못 참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지영 감독은 자신의 소신에 대해 밝혔다. 그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마치 대단한 용기가 있어서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 나에게 용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끈기와 오기는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정지영 감독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토대로 한 '소년들'을 제작하면서도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극적인 장치를 넣되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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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의 MBTI(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심리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 유형 검사)는 INTP, 논리적인 사색가다. 그의 작품과도 맞아 떨어지는 성향이다. 이에 대해 그는 "MBTI가 과학적인 것은 아니지만 거의 맞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소년들'을 언급하며 "나는 MBTI에 T가 들어가고 이 시나리오 쓴 사람은 F가 들어간다. 내가 안 가지고 있는 것을 그 사람이 가지고 있으니 시너지를 낸다. 그래서 '소년들'이 예전 작품들보다는 더 인간적인 면이 있고 정서적으로 풍부하다. F가 들어와서 T를 부드럽게 만들어줬다"고 전했다.
정지영 감독은 그렇게 T와 F가 만나 만들어낸 명장면을 꼽기도 했다. 그는 '소년들'의 마지막 장면을 짚어내며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외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나와서 울부짖는 장면은 이해되지 않았다.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줄 때 '다음에 어떻게 할래?'라고 묻고 자유롭게 놔뒀는데 배우들이 벌떡 일어서 나오더라"라고 회상했다.
이어 "'조금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당사자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생각해 보니 순수한 만큼 다른 사람보다 감정에 솔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7년이라는 살인자의 낙인을 참아왔던 사람들이 한 번 터지면 확실히 터질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감안해서 남겨놨다"고 전했다.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찾아줄 관객들을 향한 따뜻한 메시지도 잊지 않고 전했다. 그는 "영화적인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요즘, 사람 냄새가 모자란 것 같다. '소년들'은 사람 냄새가 나니 오랜만에 꼭 극장에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년들'은 전국 극장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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