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두 차례나 주식 불공정거래에 연루돼 리스크 관리 문제가 불거진 키움증권(039490)에 대해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 카카오(035720)에 이어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불거진 투자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사실관계 확인에 그치지 않고 대응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 코드를 발동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본지 11월 2일자 5면 참조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키움증권과 BNK금융지주(138930)·현대로템(064350)·CJ대한통운(000120) 등에 대해 투자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상향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앞서 카카오와 카카오페이(377300)에 대해서도 투자 목적을 상향한 바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로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주식 보유 목적을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에 밝히고 있다. 일반 투자는 단순 투자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목적이지만 경영권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새로 문제가 발견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목적을 상향한 배경을 놓고 주주 권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일반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중점 관리 사안’을 두고 위배된 사항이 있을 경우 주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배당 정책과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의 위험이 있는지 여부 등을 따지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올 4월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손실 등이 발생한 후에도 지난달 주가조작에 연루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해 부실한 리스크 관리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영풍제지는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키움증권이 떠안게 될 미수금 손실이 4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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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상향한 BNK금융지주 역시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9월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횡령 규모는 2988억 원에 달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1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도 법 위반 가능성이 높자 투자 목적을 높여둔 상태다. 지난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법정 구속됐고 카카오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 역시 사법 처리될 위기에 놓여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 논란으로 3000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여 금감원의 감리를 받고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CJ대한통운과 현대로템에 대해서는 2대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투자 목적을 상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CJ대한통운 지분을 8.97%에서 9.33%로 0.36%포인트 늘렸다. 국내 물류 기업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실적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현대로템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자동차(33.77%)에 이은 2대 주주로 국민연금이 지분 6.97%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단계별로 진행된다. 국민연금은 우선 경영진에 언론 등에 보도된 경영상 문제점이나 수사 사실 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요구한 뒤에도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개 중점 관리 기업으로 선정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반대하거나 공개서한을 발송한다. 이후에도 경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경영권에 관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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