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정부의 약값 인하 조치에 소송을 벌여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값비싼 약을 판매하는 꼼수 행위가 원천 봉쇄된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약값 인하 환수·환급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안과 개정 시행령이 이달 20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국내외 제약사들이 소송 절차를 활용, ‘정부의 약값 인하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해 소송 기간 타낸 약제비로 이익을 얻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입은 손실 상당액과 이자를 징수하도록 했다. 반대로 정부가 위법하게 약값 인하 처분을 한 것으로 확정 판결이 나서 제약사가 약제비를 받지 못해 손실을 봤다면 이자를 덧붙여 환급해주도록 했다. 이 같은 규정은 개정안 시행 후 청구·제기되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부터 적용된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대는 보험 약품들을 대상으로 각종 제도적 장치를 통해 약값을 깎는다. 불법 리베이트로 물의를 빚은 경우나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약품 재평가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한 경우, 오리지널약의 특허 만료로 최초 복제약이 보험 약으로 등재될 때 기존 오리지널약의 가격을 100%에서 70%로 낮추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보험 약값 인하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약값 인하에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으로 맞불을 놓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 대부분 약값 인하 조치의 효력이 정지돼 약값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건보 당국이 2018년 이후 집행정지 인용된 소송 47건과 관련한 약값을 내릴 수 없게 되면서 발생한 건보 재정 손실을 2022년 3월 말 기준으로 추산해 본 결과 5730억원에 달했다. 이런 손실 규모는 희귀질환 환자 등 10만5000명이 1년간 희귀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금액(2019년 기준 5천569억원)에 해당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값 인하 처분의 집행정지 기간 중 발생한 손실 상당액과 이자를 징수할 수 있게 돼 건보재정 건전화 등 내실 있는 건강보험 운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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