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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던 시절, 사진 같은 판화를 찍다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 展

에칭·드라이포인트 기법 활용

동판화에 사진처럼 정밀 묘사

성경화 원판 등 120여점 전시

대구 개막당일 1000여명 몰려

대구 미술관의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대구미술관




한 사마리아인이 있다. 낡아 부서질 위기에 처한 건물에서 부랑자들을 돕는다.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건물 뒤에는 또 다른 부랑자로 보이는 남성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커다란 개가 배변을 하며 바라본다.

1636년에 남겨진 렘브란트 판 레인의 판화 작품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대구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막을 올린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 전시 중 일부다. 대구미술관은 “개막일 전부터 문의가 쇄도한 가운데 전시 개막일에만 1000여명 가까운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평소 대구미술관 평일 방문객 수 대비 2배가 넘는 규모다.

‘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렘브란트는 서양 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꼽히는 거장이다. ‘판화의 역사’는 렘브란트를 기점으로 다시 쓰인다. 그는 자화상, 초상화, 풍경 등을 에칭과 드라이포인트 기법을 활용해 약 300여 점의 판화로 남겼는데 미술사가들은 “동판으로 할 수 있는 판화의 완성도를 끝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자화상, 거리의 사람들, 성경 속 이야기, 장면들, 풍경, 습작, 인물 및 초상 등 7개의 카테고리로 이어지는 전시는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인 200년 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정확하고 정밀하게 묘사한다. 전시 제목이 ‘17세기의 사진가’인 이유다. 당대의 작가들은 왕족, 귀족들의 초상을 주로 그려 밥벌이를 한 데 반해 렘브란트는 거지, 농부 등 그 당시의 거리의 평범한 모습을 판화에 담았다.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 받는다.

작가는 동판을 불에 그을린 후 바늘로 긁어내는 ‘에칭’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위에 잉크를 묻여 바늘로 긁은 홈에 잉크가 스며들게 해 에디션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은 모두 검은색으로 구현된다. 하지만 ‘빛의 화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모든 작품에는 명암이 압도적으로 잘 드러난다.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는 네덜란드 ‘렘브란트 순회재단(Stichting Rembrandt op Reis)’과 벨기에 판화 전문 미술관 ‘뮤지엄 드리드(Museu de reede)’, 대구미술관이 지난 1년간 준비한 전시다. 작가가 남긴 판화는 총 300여 점인데 대구미술관이 이 중 동판(원판)을 포함한 120여 점을 뮤지엄 드리드로부터 대여하면서 이번 전시가 성사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동판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성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자화상, 풍경 등을 두루 볼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돌 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화상(1639)',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1636)'과 '착한 사마리아인(1633)', '병자를 고치는 예수(1648년경)', '얀 위텐보해르트, 저항파의 설교자(1635)' 등 렘브란트의 걸작을 총망라한다. 또한 전시회에선 각종 영상자료와 19세기 제작된 판화집, 렘브란트 판화와 관련된 동시대 다른 작가 작품 등도 함께 전시된다. 대구미술관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시 해설 콘텐츠를 제공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렘브란트의 ‘쥐 잡는 사람’. 사진 제공=대구미술관


렘브란트의 ‘돌 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화상’. 사진 제공=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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