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해외보다 자국 시장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추아 키락(Kee Lock Chua) 버텍스홀딩스(Vertex Holding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싱가포르 캄퐁 유비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버텍스홀딩스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대표 벤처캐피털(VC)로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이 총 60억 달러(약 8조 1090억 원)에 달한다. 승차공유 및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그랩(GRAB)을 비롯해 30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했다.
추아 CEO는 한국 벤처기업들의 싱가포르 진출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 벤처기업들의 싱가포르 투자를 환영하며 더 많은 협력을 하고 싶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투자를 검토할 때 자국에서 인지도가 낮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에서 싱가포르 진출이 한국 벤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장선에서 그는 한국 VC들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아 CEO는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만 집중하다 보면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접할 수 없다”며 “한국 투자자들이 글로벌 기업에 관심을 키울수록 글로벌 투자자들도 한국 기업 투자 검토를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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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버텍스홀딩스는 이스라엘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이스라엘 지사 투자팀은 사이버 보안 분야와 관련한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추아 CEO는 “투자 결정을 앞두고 이스라엘 투자팀에 가장 처음으로 던진 질문은 이 회사의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기술인지의 여부였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투자는 의미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스타트업이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아 CEO는 “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그 속도가 절반으로 줄면 확연히 느려졌다고 생각하지만 50㎞도 사실 빠른 속도”라며 “최근 경영난에 처한 스타트업들은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린 시기의 100㎞ 속도에 맞춰 최근까지 경영해온 것은 아닌지 따져볼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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