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에 이어 K테크를 열어갈 책임감이 1970년대생들에게 있습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인터뷰 도중 1970년대생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류 대표는 1974년생이다. 선배 세대들로부터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토양을 물려받은 만큼 한국을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을 발명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그는 “1970년대생들은 전 세계에 한국만의 문화적·과학적 영토를 쌓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1970년대생들이 상당한 성취를 거뒀지만 테크 분야에서는 뚜렷한 사례가 없어 ‘나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딥테크 분야에서도 아직 눈에 띄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지난 10년 동안 일부 스타트업의 대형 엑시트 및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가 창업했던 올라웍스처럼 글로벌 기업이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한 사례는 없다.
류 대표는 “전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여전히 인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한국이 아닌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 기업들”이라며 “한국이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더 많은 이공계 출신 인재가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 역시 퓨처플레이를 설립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했다. 그는 지금도 후배들을 만날 때면 “의대를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것 아니냐.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이공계 박사들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가 돼야 한다”고 설파한다고 한다.
류 대표는 “운 좋게 글로벌 테크 기업에 창업한 회사를 매각하고 직접 근무까지 한 경험을 나줘줄 의무가 있다”면서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이공계 인재들이 대기업 취직보다는 자신들의 기술로 돈 버는 회사를 만들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류 대표는 앞으로의 10년은 단순한 투자사 역할을 넘어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기업가치를 3000억~4000억 원까지 키운 창업자조차도 막상 만나보면 고민이 많다”면서 “스타트업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해 자체적으로 투자하기도 하지만 내부 역량으로만 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처럼 전문경영인 그룹이 충분하지 않고 스타트업 간 M&A도 활발하지 않다 보니 성장 애로를 겪는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류 대표는 시너지 효과가 큰 스타트업들의 M&A 및 투자를 지원하는 등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K테크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념할 생각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개별 투자회사를 돕는 역할에 주력했다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일종의 딥테크 스타트업 길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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