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주요 사건 때마다 반대 의견을 보이며 대척점에 선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9월 24일 김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44일 만으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 후보자는 ‘원칙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진보 성향인 김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도 국정농단, 양심적 병역거부,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 주요 사건에서 꾸준히 소수의견을 내 법조계에선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조건부로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관심사는 조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다. 대법원은 지난 9월 24일 김 전 대법원장 퇴임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낙마로 40일 넘게 수장이 공석인 상태다. 앞서 이 후보자는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 윤 대통령과의 친분 등으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낙마했다.
반면, 조 후보자는 28년간 법관으로 재직한 뒤 로펌에서 일한 경력이 없고, 대법원장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될 정도로 법원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점도 후보자 지명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법원장 장기 공석에 따른 재판 지연으로 결국,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2014년 대법관 후보 시절 여야가 만장일치로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조기에 임명동의안이 채택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거친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적인 문제로 이슈화 되지 않을 만큼 흠결 없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이균용 후보자에 이어 새 후보자까지 낙마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통령실에서도 후보자 검증이 신중하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년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며, 정년은 70세다. 조 후보자는 오는 2027년 6월 정년을 맞기 때문에 임기 중 절반 밖에 일할 수 없다. 다만, 민복기 전 대법원장 등이 정년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퇴임하는 등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인물이 많지 않은 만큼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지명 소감으로 “인사청문회 준비에 매진하겠다. 추가적인 말씀은 추후에 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오는 9일 오전 대법원장 권한대행 안철상 대법관을 접견하기 위해 대법원에 방문하는 자리에서 추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