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동인기연이 희망 가격 범위(밴드·3만 3000~3만 7000원) 최하단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인기연은 1일부터 5영업일간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를 3만 원으로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공모 물량도 183만 8000주에서도 147만 400주로 20% 줄였다. 동인기연은 당초 최대 680억 원을 조달하려 했지만 수요예측 참패로 441억 원만 확보하게 됐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463개 기관이 참여해 26.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청 물량 기준 전체 주문 중 3만 7000원을 초과한 가격으로 주문된 비율이 37.7%였지만 하단 미만으로 주문된 비율도 44.4%에 달해 투심이 뚜렷하게 갈렸다. 심지어 참여 기관 중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정된 지분 전량이 상장일부터 매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동인기연은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005940)을 통해 9~10일 일반 청약을 진행, 오는 21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동인기연의 수요예측 부진은 증권신고서 제출 때부터 제기된 고평가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인기연이 투자업계에서는 인기가 없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이어서 투심 악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지금까지 IPO 시장에서 제이에스코퍼레이션(194370)을 비롯한 OEM·ODM 기업들이 모두 상장 후 좋지 않은 주가 흐름을 보여 이를 우려한 기관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이어 동인기연까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코스피 IPO 시장이 한동안 침체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증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상장일 확실한 수익을 준다고 여겨지는 중소형 공모주에만 몰리는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정수기 부품 제조 전문기업 스톰테크는 이날 희망 가격 범위(8000~ 9500원)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1만 1000원)를 확정하면서 코스피 IPO와 코스닥 IPO간 상반된 분위기가 명확히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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