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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육각형 인간’이라는 판타지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호그와트행 열차’나 ‘마녀의 옷장’을 통해 마법사도 되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어른이 돼 상상은 깨져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초월적 대상에 대한 판타지 하나쯤은 품고 살게 된다.

요즘 청년층 사이에서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면서 ‘육각형 인간’이 트렌드 키워드라고 한다. 외모·성격·학력·집안·직업·자산 등 약점 하나 없이 완벽한 인간을 선망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다만 이는 완벽을 추구하려는 ‘의지’나 ‘열정’이 아닌 애초부터 불가능한 대상에 대한 ‘좌절’의 또 다른 표현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주인공도 완벽한 삶을 좇아 물질과 욕망에 몰두했지만 끝내 넘을 수 없었던 신분의 벽에 부딪혀 좌초되고 만다. 저 멀리 롱아일랜드의 해협 너머 보이는 초록색 불빛은 192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의 꿈이자 환상과도 같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이 ‘육각형 인간’ 트렌드가 만들어낸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니 안타깝다.



디지털 엘리트 등 신인류가 등장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되면 현재 선호되는 직업, 학력, 삶의 방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 일자리의 미래’는 2025년이면 인간과 기계가 일하는 시간이 같아진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가정·일자리·행정·교육·교통·여가·농업·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전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대두될 것이다.

굳이 미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류 역사는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안정적인 ‘육각형 인간’들이 이끌어오지 않았다. 경계와 주변부에서 활동해온 모나고 별난 창의적 인간들의 혁신에 의해 발전돼왔다. 이처럼 영토화된 사회가 만들어낸 육각형의 기준 안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이 느낄 상대적 좌절감과 공허함이 완화될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통찰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도록 돕는 마음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멈(Mu:m)춤’이라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그 힘으로 서로를 마주해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을 마주하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고 말한다. ‘꿈의 오케스트라’ 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합주를 통해 ‘상호 학습’과 ‘협력’을 경험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긍정적 생각과 다면적 성장을 돕는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은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해 자존감을 세워주며 무엇보다 ‘육각형 인간’에 대한 판타지는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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