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美스타키스트 CB 발행 추진

5000억원대 검토…사모펀드와 협의

HMM 인수자금 마련 본격화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제조 업체 스타키스트를 통해 5000억 원 이상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한다. 이달 하순 HMM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며 앞서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협의를 통해 5000억원대 규모로 투자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다. 미국 참치캔 시장 1위 업체로 2008년 당시 3억 8000만 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 99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다. 순이익도 919억 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 5502억 원, 순이익 423억 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원그룹의 스타키스트 CB 발행 추진은 HMM 인수전을 대비한 자금 조달이 목적이다. 앞서 동원은 하림·LX그룹과 함께 9월 HMM 인수 적격후보로 선정돼 최근 두 달여간 실사를 벌여왔다.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이달 23일 진행 예정인 본입찰에서 기업별 인수가격과 자금 조달 방안 등을 제시 받을 예정이다.

동원그룹의 HMM 인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내달 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CB 발행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 등이 우군 역할을 할지도 IB 업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친형이다.



시장에선 HMM의 몸값을 최소 5조 원 대로 추정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보유한 매각 대상 주식 3억9900만주의 가치는 이날 종가(주당 1만6400원) 기준으로 6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인수 측이 인수 금융 등 차입금을 제외하더라도 직접 2조~3조 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은 현재 그룹 전체에서 약 6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만큼 나머지 부족한 자금을 다양한 경로로 조달하는 것을 검토해 왔다.

스타키스트 CB 발행 검토는 물론 동원로엑스, 동원홈푸드 등 비상장 계열사들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나 동원F＆B 사옥 유동화 등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HMM 실사를 끝낸 인수 후보 기업들이 다양한 자금 마련 계획을 속속 구체화하는 상황" 이라고 전했다.

/이충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