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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심보다 얇은 철심 1만장 분류하는 로봇…‘1000만가구 쓸 변압기 일감 쌓였다’ [biz-플러스]

[HD현대일렉 스마트공장 가보니]

800억 투입해 로봇·IT 기술 도입

생산성 높아지고 불량률 90% 뚝

수요 증가에 울산·美 공장 증설도





7일 울산 HD현대일렉트릭(267260) 스마트 변압기 공장에 들어서자 산업용 로봇이 샤프심보다 얇은 0.23~0.30㎜ 두께의 철심을 끊임없이 쌓아올리고 있었다. 변압기 성능의 핵심은 얇은 철심을 얼마나 두껍게 쌓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 공장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이 이 일을 맡아 최대 1만 장의 철심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쌓는 데 성공했다.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맡으면서 오류가 줄어든 것은 물론 야간에도 시설을 가동할 수 있어 생산량 또한 크게 늘었다.

이렇게 제작된 철심 구조물에는 구리선이 삽입되고 여러 절연물을 조립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도 배치됐다. 과거 종이 기반 설계도를 보면서 일일이 조립하던 공정에서 벗어나 키오스크에서 3차원(D)으로 도면을 보면서 더 정확하게 공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직원들은 키오스크에서 나오는 도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정이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로봇과 정보기술(IT) 기기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변압기는 수백 톤에 달한다. 현장에서 본 300톤가량의 변압기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로봇이었다. 변압기 아래 설치된 에어쿠션 장치가 집채만 한 변압기를 다음 작업 장소로 이동시켰다. 에어캐스터라고도 불리는 이 장치는 로봇의 일종이다. 마찰이 거의 없어 500㎏에 달하는 화물도 단 5㎏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 로봇을 도입하고 작업 속도는 크게 개선됐다. 예전에는 크레인으로 변압기를 움직였다. 크레인이 한 번 움직이면 20분 이상 다른 변압기는 그대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에어쿠션을 쓰면 모든 변압기를 동시에 다른 작업장으로 보낼 수 있어 생산 대기시간도 70%가량 줄었다.

HD현대일렉트릭 울산 스마트공장 내 변압기 제품이 작업자들의 점검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HD현대중공업에서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전력 설비 기업이다. 전통적인 변압기 제조 기업이지만 현재 역대급 호황기를 맞았다.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면서 전력망의 핵심인 변압기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때 경영 위기를 겪었지만 HD현대일렉트릭은 오히려 미래를 내다보고 증설을 시작해 800억 원을 들여 로봇과 IT 기반의 스마트공장을 준공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빠르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공정 없이는 납기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5467평(1만 8041㎡)에 달하는 울산 스마트공장은 로봇과 IT 도입 이후 생산성이 20% 높아졌다. 불량률도 90% 줄었다.

HD현대일렉트릭이 글로벌 경쟁사 중에서도 가장 최신의 스마트팩토리 공정을 도입한 것은 현재 3년 이후까지 찬 변압기 주문 때문이다. 울산 스마트공장은 연간 80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변압기 용량 기준으로 약 1만 5000㎹A(메가볼트암페어)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 울산 공장에서는 올해 3만 4000㎹A 규모의 변압기를 생산했다. 하루 1000만 가구가 쓰는 전기를 처리하는 규모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태양광·풍력발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송전하기 위한 전력망은 더 고도화돼야 한다”며 “2033년까지 장기 공급을 제안하는 북미 전력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대 변압기 업체들이 어려워지면서 극심한 구조조정을 했는데 이제 신규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증설도 시작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각각 272억 원, 180억 원을 투자해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3분기 현재 회사의 수주 잔액은 5조 1571억 원으로 46% 증가했고 제품가 상승에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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