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하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1.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존 전망치는 1.5%였습니다. KDI가 이번에 내놓은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1.4%)와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보다는 0.1%포인트 낮습니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2.3%에서 2.2%로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습니다. 정부 전망치(2.4%)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입니다. 천소라 KDI 전망총괄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할 것”이라며 “올해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 효과에 기인한 측면도 있어 (내년) 경기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물가로 인한 통화 긴축 기조는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DI가 최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에도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이유입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돼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경기 회복세를 늦추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DI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물가 안정 목표치(2%)에 근접할 때까지는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KDI가 전망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6%, 2.6%입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2.9%에서 하반기 2.3%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봤습니다. 정 실장은 “내년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2% 초반까지 내려가면 물가 안정 목표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전망대로 간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긴축) 기조 변화를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단 고금리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1.9%로 0.6%포인트 낮춰 잡았습니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도 기존 2.4%에서 1.8%로 0.6%포인트 하향 조정됐습니다. 올해와 내년 모두 예상보다 소비가 줄며 내수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천소라 KDI 전망총괄은 “민간소비는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 소비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소비심리도 다소 위축됐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부진도 우려됩니다. 이에 KDI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기존 1.1%에서 0.2%로 대폭 낮춰 잡았습니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기존 2.2%에서 2.4%로 소폭 상향 조정했지만 건설투자는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천 총괄은 “설비투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건설투자는 아직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 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 부진으로 향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실장도 “내년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반등해도 건설투자 (둔화)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힙니다. KDI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모두 기존 8월 전망치 대비 0.1%포인트씩 올려잡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은 부쩍 커진 상태입니다. KDI는 내년 국제유가 전망치도 기존 배럴당 70달러 중반대에서 80달러 중반대로 약 10달러 상향 조정했습니다. 천 총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통화 긴축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유가 흐름 등을 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아직 한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세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실이 최대 변수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년 성장률 2.2%는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KDI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예외 조항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상환 능력에 부합하는 부채 보유를 위해 도입된 DSR 규제의 취지를 살려 전세자금대출·특례보금자리론 등 DSR 규제의 예외 조항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KDI는 “현 소득뿐 아니라 미래 소득에 대한 예측도 반영할 수 있는 형태의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과정에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거나 소득 변화를 고려하는 방식의 규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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