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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선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제

정진택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

인력유치 등 과한 경쟁은 피하고

친환경·스마트솔루션 투자 공조

정부·산학연, 중장기적 R&D로

심화하는 인력난 대책 마련해야





글로벌 조선 업계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 가중,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장기화, 젊은 인력들의 조선업 기피 등 복합적인 천고만난(千苦萬難)에도 장기간에 걸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조선 업계는 올해 3분기까지 742만 CGT(표준선환산톤수)의 신조 물량을 수주하며 세계시장에서 24.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양적 측면에서는 중국(1799만 CGT·59.3%)에 뒤졌으나 주력인 고부가 및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각각 55.3%와 43.9%를 차지해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수주 잔량을 보더라도 최근 10년 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빅3로 불리는 한국의 대형 조선사는 현재 4년 치 수준의 충분한 일감을 확보했다.

수출도 긍정적이다. 올해 선박류 수출은 조선 시황 회복기(2020년 4분기~2021년)에 수주된 신조 물량의 인도 및 신조 선가 상승에 힘입어 전년 대비 16% 증가한 약 211억 달러로 전망된다. 강재 가격 안정화와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추이가 계속되고 있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황과 수주 실적 개선에도 심화되고 있는 구조적 인력난과 생산 인력 고령화, 환경 규제 강화, 경쟁국의 추격 등에 대한 우려로 한국 조선 업계의 위상은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은 가히 위협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의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19년 34.4%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59.3%까지 치솟아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질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대형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선 건조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도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조선사 간 과도한 경쟁(부당한 인력 유치 경쟁 포함) 지양, 친환경·스마트 솔루션 개발 및 표준 정립을 위한 산업계 전반에 걸친 협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친환경·스마트 솔루션은 정부 지원 아래 범산업계 공조를 통해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피하고 경쟁국 대비 선제적으로 산업계 표준을 정립해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더해 국가 연구개발(R&D) 정책에서는 정부와 산업계, 연구소 및 대학의 역할 분담과 연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연구와 인프라 및 실증 설비 구축을 지원하고 국책 연구소는 산학 연계 추진이 어려운 기초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조선사들은 실선 적용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주요 기자재 및 협력 업체를 포함한 포괄적 상생 협력 구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심화하는 인력난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미 확보한 물량의 적기 납기를 위해 추가적인 외국·내국 인력 확보 역량을 키워야 하며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조선 산업 미래인재양성센터 설립 등 미래를 선도할 핵심 인재 양성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1970년대 척박한 불모지에서 시작한 한국 조선 산업은 지금까지 정부 지원과 기업, 유관 기관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제 과거의 전통적 선박 제조업에서 벗어나 친환경·스마트 기술이 집약된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중력이산(衆力移山)이라 했다. 한국 조선업의 세계 1등 지위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후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줄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합심해 노를 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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