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을 두고 벌어진 노정 갈등이 극적인 전기를 맞았다. 정부는 전 업종에 적용하려던 근로시간제 개편을 특정 업종으로 전환했고 노사정 대화를 노동 개혁의 실질적인 동력으로 다시 인정했다. 제1노총인 한국노총도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전격 복귀하며 화답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현행 주52시간 근로제를 유지하면서 특정 업종과 직종만 주 단위 연장 근로시간을 현행보다 더 쓸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업종의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조정하려던 ‘주69시간제’ 안을 철회했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과 ‘공짜 야근’을 부추기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감독 강화를 개편 방향의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다. 올해 3월 발표됐던 주69시간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사실상 모두 수용해 개편 방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용부는 특정 업종과 직종도 정부가 정하지 않고 경사노위 등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개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근로시간 개편 방향과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에서 “3월에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자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정부 방침에 극적으로 화답했다. 6월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던 한국노총은 이날 전격적으로 경사노위 참여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복귀는 꽉 막힌 노정 갈등을 푸는 동시에 노동 개혁의 청신호로 여길 수 있다. 한국노총은 매 정권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6월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하자 노정 대화 창구가 닫혔다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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