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으로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자 국내 증권 업계가 다음 달 일본 테마형 상장지수증권(ETN)을 7년 만에 상장하기로 했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다음 달 15일 ‘KB 일본 로보틱스 TOP10 ETN’과 ‘KB 일본 컨슈머 TOP10 ETN’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한다. 한국 증권사가 일본 유망 산업이나 기업에 선별해 투자하는 테마형 ETN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일본 관련 ETN은 한국투자증권의 ‘TRUE 인버스 2X 일본 엔선물’, 메리츠증권의 ‘KAP 일본 엔화’ 등 엔화 선물 관련 상품 6개가 전부다. 앞서 2016년 6월 미래에셋증권이 선보인 ‘일본 대형주 ETN’과 ‘일본 중형주 ETN’은 현재 청산된 상태다.
KB 일본 로보틱스 TOP10 ETN과 KB 일본 컨슈머 TOP10 ETN는 각각 로봇·기계와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본 주요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KB 일본 로보틱스 TOP10 ETN은 글로벌 지수 사업자인 솔랙티브사가 개발한 ‘솔랙티브 재팬 로보틱스&머시너리 NTR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아 일본 최대 전기·전자기기 제조 업체인 히타치와 공장 자동화·스마트팩토리 전문 기업 키엔스, 로봇 기업 화낙, 캐논 등 10개 기업에 투자한다. KB 일본컨슈머 TOP10 ETN은 ‘솔랙티브 재팬 컨슈퍼 NTR 지수’를 추종하며 음식료와 소매·의류·화장품 등 일본 소비재 분야 상위 10개 기업을 담았다. 게임사 닌텐도와 소니, 도쿄 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등이 대표 편입 종목이다.
KB증권이 이들 ETN을 준비한 것은 엔저 장기화에 따라 내년에도 일본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8월에는 같은 이유로 한화자산운용이 국내 최초의 일본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를 선보인 바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일본의 기계·로봇 분야는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새 공급망 정책 수혜에 힘입어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일본 소비재 산업도 엔저 현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내년에 대(對)미국 수출 호황이 지속되고 내수 경기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엔화가 추세적 강세로 돌아서더라도 이는 일본 경제가 좋아졌다는 의미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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