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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돌아온 응원전…"내 수험표 어딨어?" 돌발상황도 [일상회복 후 첫 수능]

타이어 펑크난 경찰차 타고 ‘지각 질주’도  

4년 만의 노마스크 수능·킬러문항 배제에 긴장

수능일 새벽 부담감에 아파트 투신 사고도 발생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15시험지구 제1시험장인 경복고 앞에서 배문고 학생들이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지원아, 별 거 아니야. 잘 갔다 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이화외고야, 이화여고야? 수험표 잘 확인해야 돼.” "선배님 수능 대박 나십시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6일 아침 서울 곳곳의 고등학교 정문 앞은 수험생들과 배웅을 나온 학부모와 후배들로 가득했다. 예전처럼 요란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시험이 치러지는 만큼 응원하는 마음을 직접 전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에는 이미 수험생들이 속속 도착했다. 부모님과 포옹을 하다가 눈시울을 붉히는 학생들도 여럿이었다. 한 학생은 차에서 내린 뒤 운전석을 향해 '도로 위 큰 절’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학부모들 역시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담 너머로 연신 손을 흔들거나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들의 뒷모습을 스마트폰 영상에 담았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제18시험지구 제7시험장인 개포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고희숙(47) 씨는 “둘째 아이와 함께 큰 아들을 응원해주러 나왔다"며 “수능 마치고 나오면 고생했다고, 이제 인생이 시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제15시험지구 제1시험장인 경복고까지 배웅을 나온 학부모 박영주(58) 씨는 “어제 사전 답사 차원에서 미리 와봤다”면서도 혹시나 자녀가 시험에 늦을까 봐 일찍 길을 나섰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에서 중동고 재학생들이 수능 맞이 응원을 하고 있다. 정유민 기자


올해 수능은 방역 칸막이를 없애고 코로나19 확진자 및 유증상자도 일반 고사장에서 함께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4년 만의 ‘노 마스크’ 수능인 데다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도 배제되는 등 여러 변화가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50대 학부모 정 모 씨는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이 준비해온 것과 다르게 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실전에서 어떨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방역 기준 완화로 오랜만에 ‘수능 응원전’도 재개됐다. 이날 개포고 앞에서 목이 쉬도록 열띠게 응원 구호를 외치던 중동고 재학생 배준우(18) 군은 “선배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나왔다”면서 “오늘만 지나면 (내가) 고3이라는 생각에 찝찝하기도 하다”고 웃었다. 경복고 정문 앞 역시 ‘수능 대박’ 등의 문구가 써진 플래카드를 흔드는 후배들로 북적였다.



16일 서울 종로서 소속 순찰차의 앞쪽 바퀴가 바람이 터진 채 이화여자외국어고 앞에 도착해 있다.장형임 기자


각종 돌발 상황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입실 시간 종료를 10분 앞둔 오전 8시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와 이화외고 앞에 멈춰 선 종로경찰서 소속 순찰차는 타이어 한 쪽이 터져 바람이 거의 빠진 상태였다.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을 제 시간에 데려다 주기 위해 ‘세 바퀴 투혼’을 펼친 것이다. 한 학부모는 “도시락 통에 숟가락을 넣어주는 것을 깜빡했다”며 학교 정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전화를 걸어 겨우 수저를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수능과 관련해 수험표·신분증 전달, 수험생 태워주기, 수험생이 탑승한 택시 에스코트 등 총 214건의 편의 제공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능 시험장 인근 교통관리를 위해 총 1만 1265명의 경찰력과 순찰차 2323대, 오토바이 358대가 투입됐다.

평소 수능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해온 한 수험생이 이날 새벽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50분께 경기 화성시 한 아파트 4층에서 수험생 A 군이 뛰어내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A 군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허리 등을 크게 다쳤다. 오전 7시 37분 화성 병점고 앞에서 수험생 B 양이 경련을 일으켜 경기소방서 대원들의 현장 처치를 받은 뒤 시험을 치지 않고 보호자와 귀가하는 일도 발생했다.

16일 오전 제18시험지구 제7시험장인 개포고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학생들이 시험 응시 준비를 하고 있다. 정유민 기자


한편 이날 시험은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치러졌으며 지난해보다 3442명 줄어든 총 50만 4588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이 가운데 재학생은 32만 6646명(64.7%)으로 1년 전보다 2만 3593명 줄어든 반면 졸업생과 검정고시 등을 합한 지원자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재수생 증가 추세 속에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반수생이 더욱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험장 배웅을 나온 학부모 류 모(59) 씨는 “대학을 졸업한 문과 출신 딸아이가 의대 진학을 위해 다시 수능을 친다”고 전했다. 이어 “재응시를 결정한 뒤 의대생 정원 확대 소식이 들려와서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며 “내년까지도 재도전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서 편한 마음으로 보고 오라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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