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행정전산망 ‘시도새올’이 마비되면서 등본과 인감 등의 제출이 요구되는 은행 서비스 이용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대출·청약 등 서류 제출 마감 기한이 긴박한 상황에서 구청과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은 급작스러운 ‘민원 업무 중단’ 안내를 받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이날 은행·상호금융 등 전 금융기관은 전산망 마비로 혼선을 빚었다. 입출금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으려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 전산망 장애로 이 절차가 ‘먹통’이 되면서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받으려는 저신용자들은 당혹했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인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은행별로 취급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이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많아 매월 ‘오픈런’으로 소진되기 때문이다. 이 대출을 받으려던 A 씨는 “증빙서류 제출 단계에서 자꾸 멈춰 고객센터에 물었더니 정부 전산망 시스템 때문이었다”며 “겨우 서류를 제출하고 신분증을 인증하려 하니 또 안 돼 피가 마른다”고 호소했다. 만기된 새마을금고 예금 상품을 신협으로 넣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B 씨도 “입출금 통장 하나를 만들려 해도 몇 번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 모 씨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까지 당첨자 자격 검증용 서류를 제출해야 해 오전에 주민센터에 들러 인감증명서 등을 떼려고 했는데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확정일자를 받으려던 부동산 민원인들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한 구청을 찾은 김 모 씨는 “오늘까지는 전입신고를 하고 전세 계약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데 전산망 오류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불안해했다. 행정전산망을 쓰는 일부 국공립 도서관에서도 책 대여 등의 시스템이 중단돼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시도새올 마비에 따른 시스템 장애는 행안부 시스템에 연동된 대부분의 정부기관 등에서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 등에도 불가피하게 일부 업무에 영향이 있었다. 병무청의 경우 독립된 자체망을 사용하고 있어 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행정망과 연계된 일부 서비스에 다소 여파가 미쳤지만 팩스, 유선 장비 등으로 신속 대응해 민원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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