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실물 자산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실물연계자산(Real World Asset·RWA) 열풍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산 토큰화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직접 서비스를 내놓았다. 국내 기업들도 금·미국채 등을 토큰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실물 자산의 안정성에 투명성을 더하고 유동화가 편리해 여타 블록체인 서비스와 비교해도 강력한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15일 알더블유에이닷엑스와이제트(RWA.xyz)에 따르면 미국채 기반 RWA 토큰의 시가총액은 올해 1월 약 1억 1393만 달러에서 10개월 만에 7억 7741만 달러로 불어났다. RWA 토큰 보유자도 지난해 8월 1만 7900명에서 1년 만에 4만 1300명으로 늘어났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30년까지 자산 토큰화 시장이 약 16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미 RWA 시장에 손을 뻗었다. 골드만삭스와 BNB파리바은행은 최근 중앙은행이 보유한 현금을 토큰화하는 핀테크 기업 프날리티에 투자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자산 토큰화가 시장의 미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블랙록이 지난달 바클레이스와 손잡고 시작한 토큰화 주식 거래 서비스가 단순한 시험 차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RWA는 주식·채권·부동산·미술품·와인 등 실제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려 토큰화하는 것이다. 실재하는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이기에 가치가 급등락하지 않는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경험한 업계에서 대안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인 토큰증권(ST)은 RWA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RWA는 증권뿐 아니라 미국 달러 등 여러 실물 자산을 아우른다. 또 토큰증권과 달리 RWA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행돼 시공간 제약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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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면 발행·거래 내역을 추적하기 쉬워 투명성이 높아진다. 실물 자산보다 수월하고 빠르게 유동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아프리카처럼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RWA가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권 계좌 개설이나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는 RWA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지갑 개설이 증권 계좌 개설보다 쉽다면 RWA 투자가 더 유용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들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클레이튼 재단은 RWA 관련 기업을 생태계로 끌어들이느라 분주하다. 크레더·아이티센은 클레이튼 블록체인에서 금 기반 RWA 토큰을 발행할 계획이다. 엘리시아도 클레이튼에서 미국채 기반 RWA 탈중앙화금융 서비스를 출시했다. 클레이튼 재단은 글로벌 플랫폼 토크니와 손잡고 RWA를 발행·관리·배포할 수 있는 인프라도 만들고 있다. 네오위즈그룹 계열사인 네오핀은 인도네시아 기반 종합물류 전문기업 플라야란 코린도·클레이튼 재단과 함께 선박금융을 기반으로 RWA를 발행하기로 했다. 일본 RW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 블록체인 기업 캐비닛·카나랩스 등과도 손잡았다.
김용기 네오핀 대표는 “블록체인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 중인 글로벌 RWA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광역시도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안에서 귀금속·미술품·원자재 등을 기반으로 한 RWA 발행 계획을 밝히고 이를 위한 예탁결제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모든 가치가 토큰화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통해 거래될 것”이라며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RWA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원준 하이퍼리즘 대표는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RWA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고금리가 ‘뉴노멀’인 상황에서 토큰화된 미국채가 주목받는 등 당분간 RWA에 대한 열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투자자 수요가 많은 자산 위주로 이미 토큰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채권펀드·상장지수펀드(ETF) RWA가 잇따라 등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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