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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육아+집안일 안돼"…외국인 가사관리사 연내 못 오나

고용부, 필리핀 정부와 협의 난항

가사와 육아 병행 여부 줄다리기

100명 계획 불구 인력 확정 못해

"이달중 입국 완료 불투명해져"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안이 난항을 겪으며 사실상 연내 시행이 물 건너갔다. 필리핀 정부는 가사관리사가 집안일을 제외한 육아만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가사와 육아 모두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원하기 때문에 협의가 꼬였다. 게다가 부처 지원책을 통해 당초 월 100만 원 수준으로 가계 부담을 줄여주려 했으나 결국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불가피하게 됐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필리핀에서 가사관리사 100명을 데려오려 했으나 아직 인력 확정조차 못한 상태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필리핀은 청소·세탁·주방일을 하는 가사도우미(house helper)와 육아를 하는 아이돌보미(nanny) 역할이 다 따로 있는 반면 우리는 한 명이 가사와 육아를 모두 한다”며 “필리핀에서 가사 업무 자격증을 보유하고 한국어와 영어 수준이 된다면 나름 교육을 받은 계층으로 보기 때문에 가사를 다 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애초 정부는 10월까지 가사관리사 알선 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1월 중 비자 발급을 거쳐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입국시킬 방침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연내 입국조차 가능할지 의문일 정도다. 정부는 필리핀과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베트남·인도네시아 인력으로 선회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조건을 수용할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도 있으니 끌려가지 않고 협상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용허가제(E-9)는 전문직이 아닌 저숙련직으로 간주하는 것인데 업무의 영역을 구분해놓으면 자칫 엄마·아빠의 경제적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적용 시 월 200만 원의 비용 부담도 과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임금이 월 100만 원 정도 되면 정책 효과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서울의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100만 원으로는 생활이 안 될 거고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입주를 하게 되면 숙식비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100만 원까지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성가족부의 공공아이돌보미 사업 또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회를 통해 바우처 지원 형식으로 100만 원가량을 지원하려 했으나 우리 국민과의 형평성 논란에 부닥쳤다. 혈세를 투입해 외국인 지원을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한국어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 가정에서는 언어 장벽에 대한 우려를 쉽게 떨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용인에 사는 20대 여성 최 모 씨는 “문화 자체가 달라서 월 100만 원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고 모 씨는 “아이가 4세라 의사소통이 미숙한데 필리핀 이모와 둘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망설여질 것 같다”고 주저했다.

이 외에도 홈스토리생활과 휴브리스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 제공 기관 2곳을 선정했으나 인력 관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가사관리사는 서울 강남역 인근 고시원 등에서 1인 1실 또는 2인 1실로 머무르며 자(自)부담으로 생활하게 된다. 계약은 가정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 기관과 이용 계약을 체결한 뒤 가정으로 출퇴근 하는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가사관리사들이 퇴근 후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100명 모두에게 종일제 근무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데다 인권 침해 요소로 인해 저녁 시간대에 개개인에 대한 관리 감독은 사실상 불가능한 까닭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르면 연내 도입하는 계획으로 현재 국가 간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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