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버스로 바꾸세요.”
SK(034730)그룹의 수소 사업 핵심 계열사인 SK E&S 임직원들은 최근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수소버스 전도사를 자청하고 있다. 연말 액화수소 생산을 앞두고 수소차와 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기 위해서다. 영업 담당이 아닌 직원들도 총동원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문을 두드린 결과 올해만 6곳의 지자체와 5000대 이상의 수소버스 전환을 이끌어냈다. 회사 안팎에서 전국 지자체 도장 깨기를 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SK E&S가 앞장서 지자체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다음 달 연간 3만 톤 규모의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의 가동을 앞뒀기 때문이다. SK E&S는 이곳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를 전국의 충전소를 통해 수소버스 등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SK E&S뿐 아니라 효성중공업의 울산 공장,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 공장까지 합치면 당장 내년 초부터 전국에서 연간 4만 톤의 액화수소 연료가 생산된다. 하지만 아직 연료를 사용할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은 더딘 상태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수소연료를 쓰는 승합차(10인용 이상) 등록 대수는 지난달 말 기준 541대에 불과하다. 수소버스는 더욱 미비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버스 보급률은 200여 대 수준으로 올해 정부 목표인 700대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액화수소 시장에서는 승용차보다 수소버스와 같은 상용차의 확대가 중요하다. 액화수소는 비교적 밀도가 작은 덕분에 기체수소 대비 운송 용량이 12배 많고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할 할 수 있어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연료로 사용하기 적합하다.
이에 SK E&S는 지자체와 손잡고 액화수소 연료 보급은 물론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SK E&S는 올해 서울·부산·인천·천안·고양·원주 등 전국에서 5050대의 수소버스 전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자체가 수소버스로 전환하면 SK E&S는 버스 차고지 등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해 수소버스 연료로 액화수소를 공급하는 식이다. SK E&S는 글로벌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와 합작한 SK플러그하이버스를 통해 전국 40여 곳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행히 올해 하반기부터 수소차 보급과 충전소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수소버스 수요처가 적기에 보급돼야 액화수소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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