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의 성장은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습니다."
양종희(사진) KB금융그룹 신임 회장은 21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신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근 금융권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상생’을 KB금융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양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금융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며 “앞으로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는 동안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네 가지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고객과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전진이 가능하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금융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식의 97.52%에 달하는 압도적 찬성률을 기록하며 회장에 취임한 양 회장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녹록지 않다. 당장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계열 금융사 CEO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양 회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사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등 핵심 계열사를 포함한 9개 계열사 CEO 10명의 임기가 올해 말 완료되는 만큼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례를 볼 때 그룹 부회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고 이 자리에 현재 계열사 CEO가 이동한다면 인사 폭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딩뱅크’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도 주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중 가장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보험업 등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양 회장이 이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도 관심사다. 아울러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과 주주가치 제고 사이에서의 무게 중심을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양 회장은 “사회-고객-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가치가 결국 KB의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주주가치 성장으로 연결된다”고 자신했다. 장기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당장 은행 이익의 적지 않은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를 원하는 금융 당국과 더 많은 배당을 원하는 주주의 요구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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