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지난달 연 4%대를 찍은 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에 따라 고금리 예금 막차를 타려는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윳돈을 예금에 넣어두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단리·12개월 만기) 최고 금리는 3.50~4.05%로 집계됐다. 지난달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4.00~4.05%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단이 0.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금리가 이달 초 연 4.05%에서 3.95%로 0.13%포인트 내렸고 신한은행의 ‘신한 쏠편한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도 4.00%로 월초 대비 0.05%포인트 내렸다.
올 들어 정기예금 금리를 연 3%대로 유지해 오던 시중은행들은 10월 들어 금리를 속속 4%대로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됐던 고금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 자금을 재예치하려는 은행권 경쟁에 불이 붙은 탓이었다. 하지만 당국이 수신 경쟁 자제령을 내리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시중은행 10곳의 부행장들을 불러 “시장금리 상승 폭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신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신 경쟁이 불붙으면 대출금리가 함께 뛰어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당국이 지난달 초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해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 유인을 줄인 점도 예금금리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을 통한 조달 물꼬가 트이면서 수신 금리 경쟁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7조 5393억 원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이달 17일까지 은행채 순발행 규모 역시 6조 9460억 원으로 전달 순발행액 수준에 근접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풀리면서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 인상이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에 정기예금을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 9742억 원으로 전월 말(842조 2970억원) 대비 13조 6835억 원 늘어나는 등 이미 증가 흐름이 뚜렷했다. 이달 들어서도 13일까지 8조 272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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