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나란히 출시했다. ★본지 11월 9일자 21면 참조
삼성자산운용은 21일 ‘KODEX AI반도체 핵심장비’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HBM 관련 장비주에만 포트폴리오의 83%을 할애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ETF들 중 장비주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한미반도체(042700)(24.6%)를 가장 많이 담았고 반도체 검사 소켓을 만드는 ISC(095340)(16.7%)와 리노공업(058470)(11.0%)도 높은 비중으로 편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날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ETF를 출시했다. 이 ETF 역시 한미반도체(16.25%), 이오테크닉스(039030)(8.91%) 등 HBM 장비주 비중이 60%에 달한다. 다만 동진쎄미켐(005290)(7.67%) 등 소재·부품주에도 분산 투자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꾀했다는 평가다.
ETF 구성 종목과 투자 비중에서 일부 차이는 있지만 두 상품 모두 HBM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유사하다. 순수 장비주에 집중하려고 휴대폰·PC 등 타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투자 종목에서 제외한 점도 같다.
두 운용사가 HBM에 주목하는 이유는 AI반도체 열풍 속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HBM이란 높은 메모리 대역폭(처리량)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메모리로 AI반도체 설계에 반드시 필요하다. HBM을 만들기 위해선 고도의 패키징·미세화 공정 기술이 필요한데 국내 반도체 장비주들이 이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국내 첫 반도체 소부장 ETF인 신한자산운용의 ‘SOL 반도체 소부장Fn’이 흥행몰이에 성공하자 유사 상품 출시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상장한 신한운용 ETF는 국내 반도체 ETF 중 최초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배제하고 대신 HBM 관련 장비주(38%) 등 중소형주 비중을 끌어올려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20일 기준 순자산총액(2917억 원)은 3000억 원을 넘보고 있으며 상장 이후 개인 순매수가 929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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