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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안 먹던 미국, 중산층 등도 먹기 시작한 '서글픈 이유'

고물가로 생계비 부담 커지자 면식 익숙하지 않은 중산층 소비량 증가

작년 50여개 나라서 역대 최다인 1천212억 그릇의 인스턴트 라면 먹어

중국·홍콩·인도네시아 라면 소비 1~3위…한국은 미국 등 이어 8번째 소비국

해외에서 신라면을 즐기는 소비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라면을 즐기는 소비자 모습. 사진 제공=농심




고물가로 생계비 부담이 커지면서 면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를 포함해 각국 중산층의 라면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오사카에 본부를 둔 세계 인스턴트면 협회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역대 최다인 1천212억 그릇의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 소비량은 중국·홍콩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인도가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일본이 각각 4·5위로 선두권을 형성했다.

한국은 미국, 필리핀에 이어 연간 라면 소비량이 8번째로 많은 국가로 집계됐다.

가디언은 특히 인도가 3위에 오른 점은 라면에서 곧바로 연상되지 않는 국가들에서도 라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멕시코에서는 2021년 라면 수요가 17.2%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끝난 지난해도 11% 성장했다. 미국에서도 생계비 부담을 덜기 위해 인스턴트 라면을 먹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라면업체 닛신식품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새 생산공장을 짓고 캘리포니아·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기존 공장 규모를 키우는 데 2억2천800만달러(약 2천948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닛신식품의 마이클 프라이스 대표는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은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전례 없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닛케이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전에는 라면을 먹지 않던 중산층 소비자들도 이제는 일상에 라면을 포함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 식품업체인 도요수산도 급증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2025년까지 미국과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정기적으로 라면을 먹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맛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은 닛신식품 설립자인 안도 모모후쿠가 1958년 8월 시장에 내놓은 '치킨라면'이다.

지금까지 라면을 2만5천 그릇 먹었다는 라면 전문가 야마토 이치로(55)는 첫 출시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라면은 진정한 '글로벌 식품'이라고 말한다.

야마토는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이 많은 국가에선 할랄 버전을, 인도에선 향신료 가람 마살라를 첨가하는 등 현지 취향을 공략한 덕분에 한때 배고픈 고학생들의 간식이었던 라면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라면의 본고장 일본 사람들은 지난해 60억 그릇에 육박하는 라면을 먹어치웠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약 1천 가지 라면이 출시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는 제품은 극소수다.

그는 일본이 수익성 좋은 거점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젊은 층 인구가 증가하는 인도와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라면도 해외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7억8천525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7% 늘었다. 수출액에 원/달러 환율 1천300원을 적용하면 1조208억 원으로 라면 수출액이 1조 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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