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바이오 이미지센서 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에 나선다. 주류인 스마트폰·전장용 이미지센서는 물론 독특한 제품군을 선점해 글로벌 시장 입지 강화를 노린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센서 분야에서도 특수 응용 제품을 앞세워 반도체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기존 생물 현미경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이미지센서를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테크 서밋 2023’ 행사에서 공개했다.
이 센서는 5000만 화소 제품으로 최소 단위를 의미하는 화소의 크기가 0.56㎛(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구현했다. 이미지센서는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이다. SK하이닉스는 바이오 센서 제작을 위해 기존 카메라 이미지센서 구조에서 변화를 줬다. 각 픽셀 위에 얹히는 ‘마이크로렌즈’ 구조 변형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바일·자동차·혼합현실(MR)용 카메라 센서가 인식하는 빛의 이동 경로와 질이 다르기 때문에 변화를 준 것이다.
SK하이닉스의 특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기기 조작법은 간단하다. 센서와 샘플 위에서 빛을 내리쬐면 투과한 빛을 센서가 인식해 물질의 상태를 알아낸다. 예컨대 해양 오염수 샘플을 관찰할 때 물속 미생물의 움직임과 부유하는 미세 플라스틱 등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식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센서로 생물 현미경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이미지센서는 ‘디지털의 정수’다.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기기를 개인용컴퓨터(PC)나 정보기술(IT) 기기와 연결하면 훨씬 정교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조작되기 때문에 간편하고 직관적이다. 게다가 최대 1㎛ 배율까지 확대해 사물을 관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존 현미경 관찰 범위의 80%를 이 이미지센서로 관찰할 수 있다”며 “복잡한 광학계를 쓰는 고급 생물 현미경 대비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바이오 이미지센서는 국내 중소기업 솔(SOL)과 협력해서 만들었다. 올해 말 시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양산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기 스스로 샘플에 숨겨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SK 반도체 계열사들과 협력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도 탑재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특수 이미지센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가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이미지센서 매출의 60%가량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와 사물인터넷(IoT) 붐이 일어나면서 이미지센서의 활용도 또한 다양한 분야로 번지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은 5% 미만이다. 점유율 50%를 차지한 소니, 이를 뒤쫓는 2위 삼성전자 등과 대등한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지센서의 다양한 쓰임새를 파악하고 틈새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일본에 이미지센서 전용 연구개발(R&D) 센터를 열고 기술 강화와 응용처 발굴에 나선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지센서 분야 외에도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스페셜티’ 제품 개발을 지향하는 추세다. 시장 선두로 우뚝 올라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애플 증강현실(AR) 기기에 탑재된 커스텀 D램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10월 “범용 제품으로 인식돼왔던 메모리반도체를 고객별로 차별화한 스페셜티 제품으로 혁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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