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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벤처기업법 항구법으로 전환해야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벤처기업 성장세,법 수요 많은데

'일몰' 한시법 만든 건 입법 실수

26년간 '실험적' 법 운용도 불합리

유효기간 없는 법률 제정 서둘러야





헌법에 따라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권한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부여돼 있다. 법률은 그 규정이 개정 혹은 폐지되기 전까지 효력이 지속된다. 대부분의 법률은 특별하게 유효기간을 명시하지 않는다. 이같이 그 효력이 영속되는 것을 전제로 제정된 법을 항구법(恒久法)이라 한다. 이에 반해 법률을 제정하는 당시부터 그 법의 존속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법을 한시법(限時法)이라 한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은 1997년 12월 벤처기업으로의 전환과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해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10년의 유효기한이 첨부된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이 법은 제정 후 일몰 기한이 두 차례 연장돼 2027년 소멸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법을 오랫동안 시행한 결과 이 법의 실효성이 분명하게 확인됐다. 즉 한시법으로서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온 두 가지 근거는 설득력이 없어졌다. 따라서 이 법의 존속기간을 당장 삭제해 벤처기업의 성장을 항구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법률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첫째 근거는 오늘날 복잡하고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법률이 영속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거나 갖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나 일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우 등에는 일단 법률을 단기간에 운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예컨대 특정한 법률에 대한 현실적인 수요가 장래 줄어들거나 아예 소멸될 것으로 예상될 때 법률의 효력에 시한을 두는 한시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벤처기업법에 일몰 규정을 넣은 것은 입법상의 실수다. 2021년 전체 벤처기업 매출액은 200조 원을 넘겨 삼성그룹 다음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벤처기업 종사자의 수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고용 인력보다 11만 명이 더 많았다. 앞으로도 벤처기업법에 대한 현실적인 수요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을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벤처기업법을 항구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근거는 입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법으로 연결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입법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비용과 편익을 산정하기 어렵다면 국회는 유효기간이 있는 입법을 함으로써 유효기간이 만료하는 시점에 법률의 시행 결과를 평가해 법률을 계속 존치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시법은 마치 실험적 입법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벤처기업의 위상과 비중은 벤처기업법이 제정될 당시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했다. 이는 벤처기업법이 실효적으로 작동한 결과임을 증명한다. 따라서 벤처기업법이 제정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법이 벤처기업에 대한 실험적 입법으로 남아야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벤처기업법을 항구법화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입법자들이 입법을 게을리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국회는 벤처기업법을 항구법으로 전환하는 것을 당장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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