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상남도 진주 혁신도시의 ‘국립저작권박물관’ 개관 기념 특설무대에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의 아마존 크루가 ‘파이어’ 공연을 펼쳤다. 5명의 팀원이 흥겨운 음악과 함께 힘찬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행사 개관식에 축하공연이 있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아마존 크루에게는 특별했다. 원밀리언이 ‘파이어’ 등 안무저작권 3종을 저작권박물관에 ‘기증’해 일반인들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윤여욱 원밀리언 공동대표는 “‘안무저작권’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무저작권 기증은 오히려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라며“ 댄스안무가들도 정당한 창작권리를 향유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리아킴(본명 김혜랑) 원밀리언 공동대표은 “안무저작권은 기반이 빈약하고 표준계약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문화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일반인의 저작권 체험을 확산하기 위해 진주에 ‘국립저작권박물관’을 열었다. 단순 자료 수집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저작권박물관으로서는 세계 최초라고 평가다. 이날 열린 개관식에서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조규일 진주시장, 4개 분야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장, 저작권 홍보대사 도티(본명 나희선), 리아킴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진주시는 진주를 ‘저작권 특화도시’로 선포하고, 앞으로 지역의 창작자와 기업이 활발히 창작활동을 하는 환경을 제공해 올바른 저작권문화가 대표 문화로 자리잡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개관 축사에서 “지난 2009년 한국이 저작권 우선감시국 ‘빨간 딱지’를 떼어낼 때 제가 장관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장관으로) 저작권 산업을 크게 바꿀 저작권박물관 개관식에 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장관은 이어 “제도 개혁을 통해 인공지능(AI)·챗봇 시대에 맞는 저작권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저작권 특화도시’ 진주가 선진국에 걸맞게 저작권 문화를 구축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위원회 인근에 자리한 국립저작권박물관은 예산 273억원을 투입됐고 4년의 사업 기간을 거쳤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직접 체험하고, 저작권이 창작자의 소중한 권리임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췄다. 1층에는 가수 이영지, YG엔터, 원밀리언 등이 만들어 기증한 음원과 안무를 3차원 캐릭터 영상으로 보여주는 안무 체험실을 마련했다. 2층에서는 전시연계 교육이 진행된다. 저작권박물관은 또한 중요 자료 415점도 확보했다. 국내 최초로 저작권을 언급한 유길준의 ‘서유견문’(1895년)과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로 발행한 불가타 성서 영인본(1961)도 만나볼 수 있다.
유 장관은 이날 저작권계 현장 간담회도 가졌다.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은 간담회에서 “낮은 공연권 보상금 현실화, 방송사의 정확한 음악사용내역(큐시트) 정리 및 제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티는 “소속사 없는 크리에이터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고 윤 대표는 “안무가 나오는 영상에 안무창작자가 표시(성명표시권)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은 “‘저작권의 날’이나 관련 포상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시장 확대로 필요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진주=최수문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