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을 위해 중고폰 시장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국내 중고폰 시장의 거래대금이 최근 5년 간 2배가량 커지고 평균 가격도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고폰 수요가 늘고 있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이 치솟는 이른바 ‘폰플레이션’ 현상이 중고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중고폰 플랫폼 유피엠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해당 플랫폼을 통한 국내 중고폰 거래대금은 총 1조 1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1조 3500억 원) 대비 약 87%에 이르는 수준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거래가 더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 연간 거래대금은 약 1조 4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피엠은 중고폰 관리 솔루션을 개별 업체에 제공하는 업체로, 국내 중고폰 거래의 약 70~80%가 유피엠의 시스템을 거친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본 중고폰 시장은 최근 5년 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유피엠 조사에서 2019년 6500억 원이던 중고폰 거래대금은 2020년 7700억 원, 2021년 1조 1000억 원, 2022년 1조 3500억 원으로 우상향했다. 주목할 점은 거래대금 상승이 거래량 증가를 크게 웃돈다는 점이다. 올 10월까지 거래량은 454만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연간 거래량(547만 대) 대비 약 82% 수준이다. 올해 600만 대까지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거래는 510만~550만 대 수준에서 등락했다.
그만큼 중고폰 시장을 움직인 데에는 거래량보다는 가격 변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고폰 1대당 평균 거래액은 2019년 12만 1495원에서 올해 25만 7709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애플의 경우 평균 거래가격이 2019년 20만 9640원에서 올해 49만 3048원으로 올랐고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8만 6585원에서 18만 724원으로 높아졌다.
이는 결국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는 ‘폰플레이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추세를 보여 지출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9년 ‘아이폰11’의 최초 출고가가 119만 원(256GB 모델)이었던데 반해 올해 출시된 ‘아이폰15’은 일반형이 125만 원부터 시작한다. 유상현 유피엠 대표는 “최근 중고 시장에서 많이 거래되는 제품은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Z플립 등 플래그십 모델이 다수”이라면서 “중고 시장은 매물 편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소비자들도 고가상품 위주로 찾으면서 거래대금이 치솟은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출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고폰 구입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번개장터 등 중고제품 플랫폼이 활성화된 것 또한 중고폰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제조사와 이통사들도 중고폰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인증하는 중고폰인 ‘리뉴드폰’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LG유플러스도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중고폰 플랫폼 ‘셀로’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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