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시작하면서 미국 직구 플랫폼에 투자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4일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다양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가격 하락으로 더 많은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환율 변화가 그동안 부진했던 미국 직구 시장을 키우면서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대세가 된 중국 플랫폼을 견제하는 효과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 프라이데이 반격 노리는 이커머스 업계 |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연말 대목을 앞둔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로 매출을 극대화해 4분기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커머스 업체 중 아마존과 협업해 미국 직구에 특화돼 있는 11번가가 대규모 판촉을 진행 중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특가 상품을 전년 대비 두 배로 늘렸는데 지난 2021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외에 SSG 닷컴도 ‘SSG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열고, G마켓은 ‘선넘는 직구’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 맞춤형 해외직구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가 할인 행사에 몰두하는 것은 미국 직구 시장을 다시 활성화 시키기 위한 차원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 직접 구매 시장 규모는 4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역성장했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환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커머스에는 미국 직구를 대행해 물건을 파는 중간 사업자들이 많은데 고환율이 장기화 되면서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직구 거래라면 당연히 최저가임을 기대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높은 환율탓에 구매를 미루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는 환율 미국 직구 시장에 호재되나 |
이 때문에 최근의 환율 하락 흐름은 이커머스 입장에서 반가울 수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0원 내린 1297.5원에 마감했다. 이는 한 달 만에 약 50원이 떨어진 것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향후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에 원화 강세가 미국 직구를 더 저렴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시장에 요인을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미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와 협업하는 경우 환율에 따라 하루 단위로 시세가 바뀌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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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시장 중국 플랫폼 점유율 하락 이끌수도 |
환율 변화가 중국 플랫폼이 장악한 해외 직구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들어 해외 직구 시장은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을 위시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전체 직구 시장에서 중국 해외직구액이 50.3%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강한 침투력을 보인 것도 있지만 고환율 탓에 미국 직구 시장이 줄어든 영향도 작용했다. 실제 전체 해외 직구 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은 작년 3분기에 36.4%로 중국(30.4%)을 앞섰는데 올해 3분기에는 27.8%로 중국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런데 향후 환율이 더 떨어지면 가격 효과로 미국 제품 구매가 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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