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제약을 없애거나 기준을 낮춰 ‘사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국민 편의 확보에도 주력하는 분위기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대면 판매 의무가 남아 있던 일부 약(藥)에 대해 2025년 이후 인터넷 구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PC·스마트폰 영상통화를 통한 ‘약물 복용 지도(이하 복약지도)’가 전제 조건이다. 일본은 2014년 일반용 의약품(시판 약)을 시작으로 온라인 구매 제한을 풀어왔다. 2020년에는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의료용 의약품’에 대해서도 온라인 복약지도 후 비대면 판매를 허용했다. 단 의료용 의약품에서 시판 약으로 바뀐 지 얼마 안 된 ‘지도 필요 의약품’의 경우 대면 판매 의무를 계속 이어왔는데 이번에 이 약품들에 대해서도 온라인 지도를 전제로 제한을 없앨 방침이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거의 모든 약을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닛케이는 “1조 엔 수준의 일본 시판 약 시장이 온라인과 연동됨으로써 (온라인 판매가 보편화한) 미국·유럽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환자의 편의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원하는 장소에서 복약지도가 가능해져 환자의 사생활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승차공유 도입’ 역시 산업 육성과 국민 편의가 맞물린 규제 개혁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택시·버스 기사 감소와 이동 난민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 승객 운송을 도입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현재 일본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가용의 유상 운송은 불법이다. 정보기술(IT)을 도입해 건설 현장이나 병 간호 시설의 전문 인력 배치 기준을 완화하는 움직임 역시 노동인구 부족 속에 사업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업 현장의 체력 강화를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푸는 모습도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의 전략물자 공급망 강화를 위해 농지·삼림에도 관련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올해 말 토지 규제를 수정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목표로 내년 6월까지 은행법 시행규칙도 개정한다. 현행법상 일본 은행은 10년 미만의 스타트업에 한해 5% 이상 출자할 수 있는데 개정 후에는 투자 대상이 10년 이상의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유망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금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준다는 게 골자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금융회사의 출자 규모가 수백억 엔 늘어나는 한편 자금 공급의 안정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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