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다음 달 말 종료를 앞둔 햇살론 대출 한도 한시적 증액 조치를 한 번 더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까지 만료되는 다른 서민금융 지원 확대 정책들도 모두 추가 연장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 고금리·고물가로 금융기관이 공급하는 햇살론이 조기 소진되는 등 서민 자금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차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31일 종료되는 ‘서민금융 대출 한도 증액 조치’ 적용 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취약차주 지원 강화를 위해 각각 1500만 원, 2000만 원이던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뱅크 한도를 500만 원씩, 햇살론15 한도는 1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금융 당국이 한도 증액 조치를 다시 한 번 연장하기로 한 것은 고금리 속 저신용·저소득자들의 자금 융통 여력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와 콜센터는 새로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려는 취약차주들로 한때 마비됐고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매달 초 ‘오픈런’으로 한도가 소진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광주은행에서는 매달 30억 원씩이었던 햇살론15 한도가 열흘이 지나자 이미 바닥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봤을 때 (한도 확대 조치를) 다시 원위치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빚 수렁’에 빠진 저신용·저소득 연체차주에 대한 한시적 지원 확대 조치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신용회복위원회는 올해 4월부터 청년만 가능했던 신속채무조정 특례를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고 소득이 적은 중증장애인·고령자 등 취약 연체자의 경우 연체 90일이 경과하기 전에 원금을 최대 30% 감면해주는 사전채무조정 특례를 실시해왔다. 이 두 제도 역시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예정대로라면 내년 4월 초 종료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상황을 봐야겠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봤을 때는 1년만 하고 종결될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서민 정책금융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는 있지만 취약차주들의 자금난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체율 관리를 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이 정책 서민금융상품 취급을 줄이고 나선 데다 햇살론 조달금리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북은행은 최근 햇살론15 비대면 접수를 중단하고 지점 창구에서만 햇살론15 대출 신청을 받기로 했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을 대거 취급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진 때문이다. 전북은행이 비대면 창구를 닫으면서 햇살론15를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는 은행은 기존 5곳에서 4곳으로 줄었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햇살론 판매에 드는 ‘비용’인 조달금리가 6월부터 6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취급분 기준 저축은행의 햇살론 조달금리는 4.27%로 6개월 전보다 0.6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해도 0.5%포인트 높다. 지난해 말 햇살론 조달금리가 5%를 넘기자 다수 저축은행들은 “마진이 안 남는다”며 햇살론 취급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올해도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햇살론 금리 상한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확대됐지만 금융회사가 여전히 큰 마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건전성 관리에도 나서야 해 취급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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