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00억 원 이상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잇따른 행정전산망 장애를 계기로 10년 만에 빗장을 풀게 됐다. 또 초유의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는 네트워크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의 포트 불량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콘센트를 꽂았는데 전기가 통하지 않는 식의 장비 문제로 인해 데이터 전송이 제대로 안 돼 민원 대란이 발생했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조정실은 이러한 내용의 소프트웨어진흥법을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25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기술력 높은 기업의 참여를 위한 공공 정보화 사업의 사업 대가 현실화 등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대기업의 공공 SW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과기정통부는 올 6월 말 토론회에서 시스템 복잡도가 높고 기술적으로 고난도인 1000억 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공개한 바 있다. 전산망 마비 사태로 인해 그간 논의했던 1000억원 보다 허들이 낮아진 것이다.
현행 소프트웨어진흥법은 2013년부터 시행됐다. 자산 총액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에 대해 사업 금액과 관계없이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한편 행안부는 민간 전문가와 함께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5일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기존에 원인으로 지목한 L4 스위치가 아닌 라우터 고장으로 말이 바뀌었다. 송상효 숭실대 교수(TF 공동팀장)는 “다양한 시나리오 상황에서 네트워크 영역에서의 접속 지연 및 이상 유무 확인 과정을 거쳤으나 라우터 장비의 불량 외에는 다른 이상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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