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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기업 탓만 하는 정부 물가정책

박시진 생활산업부 기자





“우리도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원부자재 가격이 비싸지는 데다 인건비·전기요금 등 기타 비용까지 오르고 있지만 정작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는 연일 식품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은 내년 실적을 생각하면 연내에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 가격 동결을 요구하다 보니 제품의 양을 줄이는 우회적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직접 나서며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번들플레이션 등은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자 일종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마지못해 선택하는 전략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방법이 꼼수·편법인 데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숨은 가격 인상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며 물가 잡기에 나서겠다는 게 주된 목표다. 특히 3분기에 식품 업계가 호실적을 거두자 정부의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통제는 물가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원가가 오르는데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결국 나중에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MB물가지수’를 도입해 52개 품목에 대해 가격을 통제했지만 정책 시행 3년 만에 물가지수는 20% 넘게 오르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부는 가격통제 대신 업계에 자율성을 허용하고 책임을 부여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시 활동 대신 제품 용량 표기를 소비자에게 고지하거나 의무화해 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나친 통제는 결국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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