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기타 특수관계자에게 지불한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MS의 최근 1년간(2022년 7월~2023년 6월) 매출원가가 1조127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의 90%를 자회사에 지급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MS의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638억원에 그쳐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한국MS가 돈은 한국 시장에서 벌고 법인세는 사실상 다른 곳에 납부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한국MS, 1년간 기술사용료 지출액 1조↑
28일 한국MS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1년간(2022년 7월~2023년 6월) MOL이라는 관계사에 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1조130억원을 지불했다. 한국 MS가 지불하는 기술사용료는 2021년 회계연도(7412억 원)와 2022년 회계연도(9506억원) 등과 비교할 경우 매년 증가해 왔다. 기술사용료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MS로부터 연간 1조원이 넘는 기술사용료를 수령 중인 MOL이라는 법인은 웹 검색이나 재무제표만으로는 실체를 알 수 없다. 실제 MS가 서비스하는 검색엔진 ‘빙(Bing)’을 통해 ‘Microsoft MOL Corporation’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해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MS는 배당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해당 기간 한국 MS가 배당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법인세 납부액은 330억원에 그쳤다. 한국MS가 ‘한국에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국MS의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이익률은 MS 본사와 비교할 경우 더욱 도드라진다. 같은 기간 MS 본사의 매출은 2119억 달러, 영업이익은 885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42%에 달한다. 물론 한국MS는 미국 MS 본사에서 개발한 기술 및 제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판매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R&D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어야하는 본사와의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한국MS의 세금 납부액이 적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韓 PC·노트북 OS의 80%는 MS 윈도가 차지
한국MS를 통해 관계사 MOL에 송금되는 금액은 향후에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MS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엑셀 등 사무용 문서도구가 결합된 ‘코파일럿’ 등을 기반으로 매출창구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도 MS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바짝 뒤쫓으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와 이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사무용SW 및 AI가 결합될 경우 SW시장 내 지배력이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PC 및 노트북 운영체제(OS) 시장에 MS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2020년 기준으로 MS ‘윈도’의 점유율은 88% 수준이다. 최근 몇년 새 전성비(전력대 성능비)를 강화한 ‘M 시리즈’가 탑재된 애플의 ‘맥북’ 출시 및 윈도에 특화된 응용프로그램 ‘액티브엑스’ 퇴출 움직임 등으로 윈도 이용자 비중이 소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는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MS가 관련 시장에서 여전히 8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보안인증이 필요한 금융이나 공공서비스는 윈도에서만 작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다, HWP와 같은 한국전용 SW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해당 시장에서 MS의 독과점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MS의 비용처리 구조는 당연히 세법상 문제가 없겠지만, ‘공정과세' 측면에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국회에서 ‘구글세’ 도입 등이 논의 되는 만큼 세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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