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가(家) 4세인 이규호(39·사진)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지주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취임 약 1년 만에 그룹 전반의 미래 사업을 이끌게 되면서 4세 경영 체제가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28일 이규호 사장을 지주사 ㈜코오롱의 전략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하는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사장단·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코오롱그룹은 안정 속에서도 미래 가치 성장을 지향하기 위해 지주사를 지원 부문과 전략 부문으로 나눠 각자대표를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1984년생인 이규호 부회장은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이원만·이동찬·이웅열로 이어지는 코오롱가 4세다. 2012년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제조 현장 근무부터 시작했으며 이후 코오롱글로벌(003070)(건설)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현장을 두루 거쳤다. 2019년부터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졌고 2021년부터는 지주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하며 수소 사업 등 그룹의 미래 전략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지주사 대표를 맡게 되면서 승계 작업도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나는 (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돼야 (경영 승계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3년간 코오롱그룹의 자동차 유통 부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올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 법인으로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코오롱만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우르는 ‘702’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고객 중심 사업의 틀을 공고히 해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맡아 키운 지 반년 만에 상반기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호실적을 내고 있다”며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서 이 부회장의 승계 정당성도 굳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체제가 정착하면서 세대교체도 강화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신임 상무보 16명 중 12명을 40대로 선임했다. 신임 임원의 75%로 지난해(72%)에 이어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와 혁신 기조를 이어갔다.
이번 인사로 안병덕 ㈜코오롱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원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이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로서 코오롱그룹의 지주사인 ㈜코오롱을 이끌게 된다. 안 부회장은 1982년 사원으로 입사해 부회장까지 오른 41년 근속의 대표적 ‘코오롱맨’이다. 한성수 미래기술원장과 신상호 CEM본부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한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경영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경제 블록화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그룹의 미래 가치를 높이고 위기 속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데 인사의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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