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전 세계를 누비며 홍보전에 나선 우리 기업들의 노력은 크게 빛났다. 재계 관계자는 “유치전을 통해 닦은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8일 재계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그룹사 12개사는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후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을 누비며 부산엑스포 홍보 활동을 벌였다. 이 기간 동안 만난 각국 정상·장관 등 고위급 인사만 30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1645회의 회의를 열었다.
특히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역할이 눈부셨다. 전체 교섭 활동의 89.6%를 5대 그룹이 차지했다. 특히 부산 홍보를 위해 연 회의의 절반 이상(52%)에 기업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해 진심을 내비쳤다.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개최지 선정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거점을 마련하고 수시로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7월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가 열린 쿡 제도를 직접 찾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부산엑스포 전담 조직을 만들고 후방 지원에 뛰어들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르완다 출장길에 오르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지지 성향이 강한 아프리카 공략에 힘을 쏟았다.
이번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기업 경영의 연장선과 다를 바 없었다. 민간유치위원회에 속한 각 기업들은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국가에 밀착 유치전을 벌였다. 삼성은 네팔·라오스·남아공·레소토 등에서, SK는 아프가니스탄·아르메니아·리투아니아·몰타 등에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현대차는 페루·칠레·바하마를, LG는 케냐·소말리아·르완다를 각각 집중 표적으로 삼았다.
우리 기업들은 교섭 과정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사업적 지원을 약속했다. 각 나라의 부품 공장을 확대 운영하거나 납품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유치전을 통해 맺은 관계를 사업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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